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 ‘돈’보다 ‘진료 여건’ 강조
“환자들도 대도시 대학병원 가길 원해”

‘연봉 5억원을 줘도 지방 병원은 의사 구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돈’보다는 의사가 전공을 살려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 수를 아무리 늘려도 지방 병원의 구인난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는 지난 15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서울시북부병원장, 국립중앙의료원 기조실장 겸 공공보건의료본부장,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등을 지냈다.

권 교수는 “의사가 돈만 보고 선택하는 직업군인 줄 아는 것 같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월급을 많이 주는데도 지방 병원에 취직하지 않는 의사가 문제라고 한다.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는 지난 15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지방 병원 의사 인력난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는 지난 15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지방 병원 의사 인력난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권 교수는 의사가 취득한 전문의 자격대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환자가 있는 곳에 가고 싶어 한다. 수련 받은 의술을 써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외과 전문의가 시골 병원에 취직하면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수술을 못한다. 외과 전문의로서 수술을 자주 하지 못하면 손이 굳는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어쩌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응급환자를 수술한다고 해도 그 이후도 문제다. 수술을 받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중환자실 진료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고도 했다.

"큰 병원 가서 치료받겠다며 소견서 써달라는 환자들"

수도권 환자 쏠림 현상도 지방 병원의 의사 구인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권 교수는 “시골 병원에는 환자가 많지 않다. 인구가 줄어서라기보다 환자들이 서울이나 대도시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서 치료받길 원하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이 큰 병원에 가서 치료 받겠다며 소견서를 써 달라고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의사들이 지방 병원에 젊음을 바치고 싶겠느냐”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데 그런 부분은 자세히 얘기하지 않고 돈을 많이 주는데 왜 의사들이 가지 않느냐고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최소한 300~400병상 규모는 돼야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거점병원은 300병상 규모로 했다. 하지만 환자가 없는데 어떻게 수익이 나겠느냐”며 “정부는 지방에는 병원을 짓지 말고 빠른 이송체계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적자 나는 병원을 지원하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급을 많이 받는 의사는 그 만큼 병원에 수익을 남겨야 하는 압박이 있다고도 했다.

권 교수는 “의료행위의 수가가 높게 측정된 진료과는 병원 수익 면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때문에 그에 따라서 급여가 결정된다”며 “대신 급여가 높으면 노동 강도도 높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000만원을 급여로 받는다면 그보다 5배 이상은 벌어줘야 한다. 또 24시간 콜을 받는다든지 계약 조건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는 “급여 결정 과정이나 노동 강도 등은 이야기하지 않고 돈을 많이 줘도 의사들이 시골에 가지 않는다고 비판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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