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바다에 뛰어든 의료계 ② 닥터프렌즈
"의사와 환자, 친구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 만들고 싶어”

닥터프렌즈는 일찌감치 유튜브로 뛰어든 대표적인 의학 전문 채널이다. 지난해 5월부터 활동한 닥터프렌즈는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의사 3명이 활동하고 있다.

‘코피가 나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같이 시시콜콜해서 병원에 묻기 어려운 질문부터 ‘미세먼지의 정체와 위험성’ 같이 우리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닥터프렌즈는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구독자 13만명을 달성했다.

영상을 처음 본 시청자들은 어리둥절 할 수 있다. 흰색 가운을 입지 않은 의사는 처음이다. 친근한 동네 형 같은 느낌이 들어 의사가 맞나 싶기도 하면서도, 정작 입에서 술술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사가 맞다.

의사와 환자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오진승 전문의를 만나봤다.

왼쪽부터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 우창윤 내과 전문의 / ⓒ닥터프렌즈

- 유튜브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낙준 선생이 군의관 시절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혈모세포는 당연히 골반뼈를 뚫고 채취해 기증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조혈모세포는 헌혈처럼 팔에서 뽑아 기증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오히려 헌혈보다 피로감도 덜하다고 했다. 의사인 나도 모르던 사실이었다.

생각해보니 의사인 나도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그럼 일반인들은 의학 정보를 얼마나 더 모르고, 무섭고 낯설어 할까? 의사-환자 간의 일방적인 관계를 넘어 정말 친구처럼 다가가 알려드리고 싶었다.

-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나.

당연히 처음에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닥터프렌즈 홈페이지에 있는 Q&A코너와 유튜브 영상 댓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시청자들이 사연이나 어떤 주제를 했으면 좋을지 의견을 보내 주신다.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버스 안에서 멀미하지 않는 법을 알려달라는 분도 있고, 코골이나 입 냄새를 없애는 법을 알려달라는 분도 있다. 덕분에 주제가 무긍무진하다.

- 출연하는 3명 모두 평소에 입담이 좋은 사람들인가.

평소 입담이 좋다기 보다는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촬영을 담당하는 감독도 우창윤 선생의 아내다. 4명 모두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다 보니 촬영 내내 NG 한 번 없이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 본업도 하면서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가.

주말에 몰아서 촬영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이후에는 매번 촬영이 즐거울 뿐이다. 또 이게 본업이랑 연결이 된다. 닥터프렌즈를 시작한 이후 환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더라.

의사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시청자 분들의 댓글로 깨달을 때가 많다. 그럼 우리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비유나 설명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게 실제로 진찰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 분들과의 소통에 많이 도움이 됐다.

- 닥터프렌즈는 개설이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했다.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콘텐츠는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수요도 나름 존재해 왔다. 다만, 이쪽 분야로 뛰어든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가 잘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 닥터프렌즈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조현병 환자 분들에 관한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 드라마에서 조현병 환자를 아주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으로 그려놓은 적이 있다. 드라마 속 모습처럼 조현병이 그런 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조현병 환자를 가리키며 폭력적이고,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계셨다. 조현병을 주제로 찍은 영상이 나간 이후 댓글들을 보니 정신병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뻤다.

(좌) '조혈모세포 기증' 에피소드 (우) 유튜브 한 달 수익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기증한 닥터프렌즈 / ⓒ닥터프렌즈

또 최근에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조혈모세포 관련 영상을 찍고 난 후 기증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며, 이낙준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많은 팬 분들이 닥터프렌즈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고 인증샷을 보내주신다.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유튜브를 시작한 이후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 2019년을 맞아 새로 구상 중인 코너가 있다면.

아직도 잘못된 민간 요법이나 의학 정보를 믿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미신타파>라는 코너를 구상 중이다. 또 <톡 투 닥, Talk to Doc>이라는 이름으로 꼭 알아야 하는 의학 정보들을 짧게 전달하는 Q&A 형식의 코너도 생각 중에 있다.

ⓒ닥터프렌즈

- 향후 닥터프렌즈 채널 운영에 있어 어떤 방향을 생각하고 있나.

영상에서도 계속 이야기했던 거지만 2018년도 목표는 구독자 1만명 달성이었다. 물론 그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우리를 응원해주신다. 그래서 올해는 본업에 충실하되, 더 많은 분들께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는 영상을 많이 찍고 싶다.

또 얼마 전에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서 연락이 왔다. 장기 기증 과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인데 올 한해 동안 우리와 같이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미있고, 유익한 건강 정보나 드라마 리뷰도 좋지만 일반인들에게 낯설 법한 이런 주제에 대해서 많이 알리는 닥터프렌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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