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머크, 15일 텝메코 급여 기념 기자간담회 개최
한지연 교수 “맞춤 치료 가능…경제적 부담도 줄여”

지난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텝메코 급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한지연 교수가 텝메코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텝메코 급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한지연 교수가 텝메코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MET 엑손 14 결손(skipping) 변이를 표적하는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텝메코(성분명 테포티닙)’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게 돼 의료현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는 지난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텝메코 급여 적용이 치료 환경에 미칠 변화와 임상적 가치를 공유했다.

이번 급여 적용은 2021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약 3년 반 만에 이루어진 성과다. 텝메코는 지난 1일부터 MET 엑손14 결손 변이를 가진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보험 적용을 받는다. 한 달 약제비는 22만9,500원으로 책정됐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MET 변이는 전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4% 수준으로 드문 유전적 이상이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생존기간이 1년 미만에 그치는 예후 불량 질환”이라며 “텝메코 급여 적용은 국내 정밀의학 진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정표”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연자로 참석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한지연 교수는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발생 빈도는 2~3%로 낮지만, 예후가 매우 불량하고 고령 환자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기존 EGFR, ALK 변이 등과 달리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률이 낮고, 항암화학요법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어 진단해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정밀의학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처럼 희귀하지만 명확한 ‘드라이버 변이(driver mutation, 암 발생과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이상)’를 가진 환자군의 치료 전략이 달라졌다. 이제 단일 질병이 아닌, 드라이버 변이에 따라 세분화된 분류와 치료가 정착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텝메코 글로벌 2상 임상시험 VISION 연구 결과, 조직 생검으로 진단돼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58.6%,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15.9개월, 전체생존기간(mOS) 29.7개월,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 46.4개월로 나타났다. 이러한 임상적 효과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 환자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한 교수는 “MET 변이는 매우 드물고, 고령 환자에서 빈도가 높은 만큼 경제적 장벽은 치료의 결정적 걸림돌이었다. 이번 급여 적용으로 의료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약을 부담 없이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 임상에서 고가의 약제를 자비로 복용하던 환자가 4월 1일 급여 적용 소식을 듣고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반가움을 전했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의학부 최창순 이사.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의학부 최창순 이사.

타그리소 MET 증폭 내성 시 텝메코 활용 가능성에도 주목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교수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내성 후 나타나는 다양한 후속 돌연변이 가운데 일부에서 MET 경로가 재활성화되는 경우가 관찰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테포티닙과 같은 MET 억제제가 유효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 교수는 “오시머티닙 이후 10~15%의 환자에서 MET 경로 활성화 관련 내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테포티닙이 이러한 후속 상황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시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의학부 최창순 이사는 본지에 “MET 증폭(Amplification)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나와야 개발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작년부터 국내 의료진과 (3세대 TKI인)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 이후 레이저티닙과 테포티닙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ET 증폭 표적에 대한 가능성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RNA 기반 NGS 검사 도입·품질 균일화, 향후 과제로 부상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RNA 기반 NGS 검사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병원이 여전히 많아 실제 임상에서 MET 변이 진단이 누락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구조적 과제로 지적됐다.

한 교수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NGS 검사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나라지만, 각 기관마다 사용하는 NGS 패널이나 테스트 방법에 차이가 있다”며 “DNA 기반 검사만으로는 MET 엑손 14 결손 변이를 놓칠 수 있으며, RNA 기반 NGS 검사가 병행돼야 민감도와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관 마다 분석 역량에도 차이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MET 변이를 간과할 수 있다. 숫자로는 적을지 몰라도 환자 입장에선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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