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조기 비소세포폐암 재발 예측 AI 모델 ‘레이더’ 개발
재발 가능성 점수화…저위험군 대비 고위험군 재발 위험 10배 증가 확인
국내 의료진이 조기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재발 위험을 최대 1년 앞서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해 주목된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김홍관 교수와 혈액종양내과 정현애 교수 연구팀은 조기 비소세포폐암 수술 환자의 임상·병리·검사 데이터를 종합해 1년 이내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모델 ‘레이더 케어’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폐암 중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상대적으로 진행 속도가 완만하다. 이 가운데 조기 단계 환자는 35%로, 대체로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현재 조기 비소세포폐암 수술 환자는 개인별 재발 위험과 무관하게 병기에 따라 3~6개월 간격으로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다만 같은 병기라 하더라도 환자 상태와 종양 특성이 달라 재발 위험에도 차이가 있어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연구팀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 받은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1만4,177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레이더 케어를 개발했다.
레이더 케어(RADAR CARE)는 임상 정보와 더불어 병리검사 결과, CT 검사 결과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동시 처리하는 트랜스포머 기반 딥러닝 모델이다. 수술 시점 입력한 기초 자료만으로도 모델 성능(AUC) 0.823을 기록했다. 수술 후 추적 검사 결과를 추가해 0.854까지 성능을 끌어올렸다.
연구팀은 이 모델로 산출한 레이더 점수를 기준으로 환자를 ▲저위험군(0.3점 이하) ▲중간위험군(0.3점 초과 0.6점 이하) ▲고위험군(0.6점 초과)으로 분류했다. 레이더 점수는 환자별 임상 정보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1년 이내 재발 위험을 수치화했다.
연구에 따르면 폐암 병기와는 별개로 레이더 점수가 높은 고위험군은 1년 이내 재발률이 10%로 나타났고 중간위험군에서는 5%, 저위험군에서는 1%였다.
레이더 점수가 낮을 때 재발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도 확인했다. 특히 1기 병기 환자라도 레이더 점수가 높으면 3기 환자보다 재발률이 높을 수 있고, 3기 환자라도 레이더 점수가 낮으면 반대로 재발 가능성이 매우 낮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3기 병기와 관련 없이 저위험군에 비해 중간위험군은 재발이나 사망위험이 3.59배, 고위험군은 9.67배 높았다. 또 같은 병기 내에서도 고위험군은 저위험군에 비해 1기는 5.83배, 2기 1.75배, 3기 1.84배 재발과 사망 위험이 커졌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수술 직후 레이더 점수와 추적 기간 변화 양상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레이더 점수가 지속적으로 높은 환자는 재발 위험이 크므로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시간이 지나 점수가 낮아진 환자는 치료 기간 단축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폐암 환자의 34.6%가 초기 진단받지만 5년 생존율은 36.8%에 불과하다”며 “기존 병기 분류만으로는 환자 예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탓으로 이번 개발한 모델이 환자에게 더 유리한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떤 전략을 세우는지에 따라 같은 병기라도 치료 결과가 달라지는 걸 보면서 고민한 결과인 만큼 더 많은 환자들이 안심하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임상종양학회 학술지 ‘JCO Precision On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