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내치료의학회 ASTRO 조사 결과 JKMS에 발표
지주막하출혈 수술 가능한 의사 없는 1등급 10곳
전공의 떠난 후 신경외과 전문의 사직 4배 증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공론화된 ‘수술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부족 문제가 여전하다. 의대 증원 사태를 겪으며 오히려 대학병원 수술실을 떠나는 신경외과 전문의만 더 늘었다. 신경외과 전공의들도 대부분 사직한 상태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22년 7월보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급성 뇌졸중 환자가 발생했을 때 바로 응급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기존에도 많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하는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의료기관 중에도 응급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한명도 없는 곳이 있었다.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산하 급성뇌경색치료연구회(Acute Stroke Treatment Research Organization, ASTRO)가 제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 232곳을 대상으로 의료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ASTRO는 지난 2023년 5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했다. 설문에는 232곳 중 149곳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지주막하출혈 환자 발생 시 응급 두개골 절개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총 271명이었다. 하지만 전체 의료기관 149곳 중 20.1%인 30곳은 이 같은 응급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었다. 신경외과 전문의가 1명 있는 의료기관은 30곳이었으며 42곳은 2명, 35곳은 3명 있었다. 4명 이상 근무하는 의료기관은 12곳이었다. 특히 신경외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30곳 중 10곳(33.3%)은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곳이었다.
출혈성 뇌출혈로 혈종 제거를 위한 개두술(craniotomy)이나 두개골 절제술(craniectomy)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총 441명이었다. 하지만 전체 의료기관 149곳 중 8곳(5.3%)에는 한 명도 없었다. 개두술이나 두개골 절제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1명 있는 의료기관은 19곳이었으며 34곳은 2명, 42곳은 3명, 21곳은 4명 있었다. 5명 이상 잇는 의료기관은 25곳이었다. 개두술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한명도 없는 의료기관 8곳 중 2곳은 적정성 평가 1등급 기관이었다.
연구진은 “1등급 의료기관이라고 해도 수술할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을 수 있다. 병원에 응급 수술이 필요한 뇌졸중 환자가 가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는 동안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적정성 평가 기준 문제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적정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적정성 평가에는 뇌동맥류 결찰술(Clipping) 같은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 인력 현황과 출혈성 뇌졸중 관련 인력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인력에 대한 적절한 평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의대 증원 사태가 발생하기 전이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후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을 떠났고 전문의 이탈도 이어졌다. 신경외과도 예외는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전국 88개 수련병원에서 전문의 1,729명이 사직했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81명이 수련병원을 떠났다. 전년도 사직자(20명)의 4배다.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신규 전문의 배출도 바닥이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2025년도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한 신경외과 전공의는 14명뿐이다. 이들이 모두 합격해도 올해 신규 신경외과 전문의는 14명이다.
이대로면 의료 현장에서 응급 수술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더 찾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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