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응급의료기관 줄었지만 근무 의사 늘어
이성우 교수 “응급의학과 생기기 전으로 회귀”
위험부담이 큰 증증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은 응급의료체계 내에서도 나타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중증 환자를 봐야 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보다는 지역응급의료기관 근무를 선호 경향이 뚜렷해졌다.
응급의료통계연보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 2022년 40곳에서 2023년 42곳으로 늘었다. 전담 응급의학과 전문의 평균 실근무 인원은 385.4명에서 398.0명으로 13.4명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44곳에서 232곳으로 줄었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415.4명에서 452.8명으로 37.4명이나 늘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26곳에서 137곳으로 늘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841.0명에서 922.3명으로 증가했다.
타과 전문의까지 포함하면 응급실 전담 전문의 수도 지역응급의료기관이 더 많이 늘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담 전문의 평균 실근무 인원은 지난 2022년 440.4명에서 2023년 444.8명으로 4.4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역응급의료센터는 937.1명에서 1,025.0명, 지역응급의료기관은 707.6명에서 770.0명으로 더 많이 늘었다.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는 10일 제41차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의대 증원 사태가 이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응급의학과가 생긴 지 30년 됐는데 그 전으로 회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매년 150~160명 정도 배출된다. 하지만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남지 않고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많이 간다. 다른 필수의료도 마찬가지”라며 “권역센터가 힘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힘든 지역 기관으로 많이 쏠린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역응급의료기관 수는 오히려 줄었는데 그곳으로 가는 의사 수는 늘었다. 하지만 그걸 탓할 수는 없다”며 “지역 필수의료, 응급의료 의사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의정 갈등으로 필수의료에 종사하던 전공의들 대부분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앞으로 더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늦기 전에 법적 부담을 완화하고 응급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환자 흐름을 조정하고 그에 따른 수가 보상, 법적 부담 완화를 통해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완화시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약해지는 지역응급의료는 지역 완결형 응급의료체계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응급의료법은 주로 중증에 대한 역할만 정의한다. 중등도와 경증 응급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하고 그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역할을 잘 수행하면 제대로 보상받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응급 환자 전원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는 것도 받아 들어야 한다. 적정한 전원이 이뤄지도록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 내에서 해소하지 못하면 지역 간 연계를 통해 빈틈을 메워야 하고 그 관리는 국가 단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응급실 8.5%만 24시간 소아진료 가능…배후진료 문제
-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원 요청 40%는 취소‧철회
- ‘응급실 뺑뺑이’ 여전한데 경증환자 분산사업 종료? “부적절”
- 정부 "관리 가능"하다는데 병원 못 찾는 응급환자들…"책임 회피만"
- 지역응급의료기관 경증환자 사망 40% 증가 “의료대란 원인”
- “VIP 응급실 한번 둘러본다고 되겠나”…전공의 면담 막았단 뒷말도
- ‘운영 제한’ 응급실 늘고 환자 ‘뺑뺑이’ 도는데 정부는 “극복 가능”
- 응급환자 수용해도 처벌, 미수용도 처벌…"어쩌란 거냐" 응급실 탄식
- [의료계 10대 뉴스⑦] 벼랑 끝 내몰린 응급실…“이대로면 붕괴”
- 최하위 등급 받은 응급실 62곳 ‘수가 감산’ 유예
- 세종충남대병원 응급 진료 정상화 수순…야간 진료 제한 거의 풀려
- 응급환자 수용할 때까지 ‘경광등 알림’…의료현장은 '시큰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