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시장 “병원 경영난 아닌 오로지 의사 인건비 문제”
응급의학회 “전문의 급여 과장해 의사 탓으로 호도”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축소 운영 원인이 의사 인건비에 있다는 최민호 세종시장 발언에 의료계는 “또 의사 탓이냐”고 반발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으로 지난 1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의료센터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24시간 운영을 중단했으며 8일에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14시간 문을 닫았다. 지난 15일에도 24시간 운영을 중단했으며 오는 22일과 29일에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14시간만 문을 닫는다. 소아전문응급센터는 24시간 정상진료하고 있다.
이는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이 사직하면서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였다. 세총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교수(전임교원) 3명과 계약직인 전문의 12명으로 운영돼 왔지만 이들 중 4명이 사직하면서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 결국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채용될 때까지 응급의료센터를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최 시장은 이는 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곳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떠나서 생긴 문제로 병원 경영난과는 상관없다고 했다.
최 시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정상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문제의 초점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응급의학과 의사 인건비 때문”이라며 “요즘 의사 문제 때문에 일부 의사들이 다른 병원에서 더 많은 인건비를 주겠다니까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시장은 “의사들 연봉이 3억7,000만원 정도로 알고 있다. 인근 다른 병원에서 4억원이 넘는 보수를 제시하니까 옮긴 것이다. 그러다보니 의사 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의학과가 아닌 다른 과 의사로 대체하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점이다. 만약 이들(응급의학과 전문의)이 4억원이나 4억5,000만원, 5억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면 한없이 대응해줘야 하느냐”고 했다.
최 시장은 “시스템 문제가 아닌 오로지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보수 문제다. 올려달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응할 재력이 없는 것”이라며 “시장 입장에서 당장 피해를 보는 게 시민이어서 할 수 없이 재난관리기금에서 2억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기관이 병원 의사 인건비를 계속 대줘야 하는지 딜레마다. 시민 생명을 볼모로 인건비 올려달라는 것을 행정부가 한없이 줘야 하는가”라며 “경영난으로 두루뭉술하게 얘기할 게 아니라 응급의료 담당 의사 인건비 문제다. 그냥 경영난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오로지 인건비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료계는 반발했다. 지자체장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봉을 부풀리면서 모욕 주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장이 공개 석상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급여를 거짓으로 과장해 이를 통해 해당 지역 응급의료 위기가 마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탓인 것처럼 의도적으로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응급의학회는 “지역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도 야간과 휴일 없이 응급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이러한 모욕을 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며 “이는 해당 지역 응급의료 위기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의학회는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와 지자체의 제1책무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국제 박람회와 대규모 체육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해 지자체장으로서 적극적 행정·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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