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응급실·중환자실 다 비우고 나가서 파업”
응급의학과 의사들 “응급실 지키는 의사들은 뭐냐”
의협 “응급실폐쇄법…의사 단죄·굴복시키려는 의도”
‘응급실 의사 파업 금지법’을 발의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으로 인해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목줄을 채워 응급실에 앉혀 놓기만 하면 된다는 거냐”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응급실·중환자실 의사 파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다 비우고 나가서 파업하는 실력 행사가 반복되게 둘 수는 없다”는 게 법안 준비 이유다. 지난 2일 보도된 '매일경제' 인터뷰 내용이다.
김 의원은 ‘응급실·중환자실 환자 보호법’이란 이름으로 이곳에 근무하는 의사의 업무를 필수 유지 업무로 규정해 ‘실력 행사’를 할 수 없게 하겠다고 했다. 특히 전공의에게도 필수 유지 업무 수준의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은 최소 인력을 유지하도록 명문화하고 일반 병동을 비운 것인지, 중환자실을 비운 것인지를 구분해 처벌 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의료계는 사실 관계를 왜곡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에도 전문의들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는데 이를 외면한 채 ‘의사 악마화’에 동참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힘든 상황에도 대다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에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라며 “버티다 못해 무너진 사례는 있어도 파업으로 문을 닫은 응급실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는 “파업을 금지한다고 하는데 사직하고 나가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사만 사직을 금지하겠다는 발상이 나온 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 “오히려 응급의학과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 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업 금지법을 만든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돌아오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또 다른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금 사직하고 나간 전공의들에게 목줄을 채워서 응급실에 앉혀 놓는다고 의료가 정상화 되겠느냐”고 분개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형민 회장은 “정부 정책에 반발해 나간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은 하반기 모집으로도 돌아오지 않았고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강제해야 할 일이 있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게 있다. 이번 일은 강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임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잘못된 믿음이 고집과 만나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김 의원이 응급의료를 망친 장본인이다. 응급의료 기본계획, 응급의료 발전계획을 주도적으로 만들었고 응급의료를 망쳤다. 그래 놓고 이렇게 말하니 뻔뻔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실 폐쇄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같은 의사로서 의대생과 전공의가 이런 법까지 존재하는데 과연 응급의학과를 선택할지 역지사지하길 바란다”며 “이 법은 사실상 응급실을 없애자는 뜻이며 응급실 폐쇄 법안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최 이사는 “의사를 위한 의료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이 제대로 된 시스템 안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단지 의사를 단죄하고 굴복시키려는 의도만 보인다”면서 “의사도 국민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반민주적이고 초헌법적인 주장을 국회의원이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동영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 역시 “지금도 응급실이 문 닫고 있는데 응급실 폐쇄를 촉진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실제 제정되면 “전공의는 물론 응급의학과 전문의조차 응급실에서 일하는 것이 곧 노예계약이고 스스로 족쇄를 차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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