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재 변호사 “판사, 감정의의 의사 논리 의존”
“사실을 바꿀 수 없지만 논리는 바꿀 수 있다”

법조게에서 의료감정서를 작성하는 의사가 논리를 바꿔야 '판사 논리'도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법조게에서 의료감정서를 작성하는 의사가 논리를 바꿔야 '판사 논리'도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의료 관련 법원 판결에 대한 의료계 불만이 높다. 의학적 근거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경향을 바꾸려면 ‘의사 논리’에 치우친 의료감정 결과를 내놓는 감정의가 논리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을 바꿀 수 없지만 논리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우성 이인재 변호사는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7월호에 기고한 ‘의사논리와 판사논리’에서 “의사 논리와 판사 논리 사이에도 큰 괴리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맥페란 사건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파킨슨병 환자인지 모르고 80대 환자에게 항구토제 맥페란 주사제를 1회 투여한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관련 기사: '맥페란' 처방 의사 왜 유죄 나왔을까…판결문 뜯어보니).

이 변호사는 맥페란 사건에서 “판사 논리는 피고인의 자백이 있고 의약품설명서와 의료감정 결과 등 증거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의사 논리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은 절대 금기약물이 아니며, 일회성 10mg 주사액 투약만으로 비가역적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고, 금기와 권고사항은 구분돼야 하며, 구토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1회 사용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이득과 손실을 고려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의사 논리가 더 타당한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판단 권한은 판사에게 있다”며 “판사는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 검찰 측의 주장과 증거를 잘 분별해서 판사 논리에 합당한 증거를 채택하면 된다. 그러한 증거에 대한 결정이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위법한 판단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떠나 형사 기소까지 된 이유는 무엇인지 ▲피고인(의사)이 법정 진술로 문진을 통해 파킨슨병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 환자 증상에 비추어 맥페란을 소량 투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을 할 수는 없었는지 ▲협회와 대학병원 감정결과가 서로 상이하고 약물 부작용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어렵고, 환자의 연령이나 기저질환 등의 요인이 파킨슨 증상 악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건인데도 금고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이어 의사 논리로만 사건에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의사 논리는 튼튼하고 힘이 있다. 이유는 근거중심의학(EBM)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학적 근거가 없는 의사 논리는 쉽게 반박될 수밖에 없다”며 “판사 논리는 의사 논리보다 더 힘이 있다. 의사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을 판단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는 근거가 있기에 괴롭다고 한다. 판사도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러한 사안까지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는 없는 형사재판제도와 양형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판사는 법정에 제출되는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따라 의사의 과실 유무를 판단한다. 판사 논리는 의사 논리보다 더 힘이 있지만 그러한 판사 논리는 감정서를 작성하는 감정의의 의사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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