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관리와 교육 발전 노력 외면하고 '적당히 넘어가라' 태도"
현실성도 없어…가이드라인대로 해도 "진급률 30% 못 미칠 것"
"의대생 돌아오지 않는데 대책 남발해봐야…복귀 노력부터"
교육부가 내놓은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학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오로지 '유급 피하기'에만 초점을 맞춰 의학 교육 자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한국의학교육학회 총무이사인 인제의대 류마티스내과 윤보영 교수는 지난 1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그간 의학 교육 현장이 질 관리와 발전에 쏟은 모든 노력을 무시하고 정부가 나서서 '적당히 넘어가라'고 하는 셈"이라면서 "교육부가 의학 교육도 의대 시스템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평했다. 윤 교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위원이기도 하다.
설령 의대생이 복귀하더라도 교육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대로면 "진급 비율은 30%에 못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교육 질 저하까지 감수하며 "유급만 피하자는 정부 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습 시간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복귀를 고려하던 의대생도 "정부 계획서를 보는 순간 절대 들어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한 학기씩 지연 운영하고 의사 국가고시를 여름에 한 번 더 치르는 방법 역시 현장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유급 안 시키기"에만 초점을 맞춰 "강의와 시험만 반복"해야 하니 "새로운 학습법과 교육 과정 도입 등 의학 교육 발전 노력도 수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통합 6년제'를 들었다.
윤 교수는 "통합 6년제는 교육과정 개별화가 핵심이다. 학생 저마다의 진로에 맞춰 교육과정을 밟도록 하자는 게 통합 6년제다. 이대로면 통합 6년제 시행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설사 시행하더라도 한꺼번에 학생이 늘어난 상황에서 개별 맞춤 교육이 가능할 리 없다"고 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유급을 피하고자 의대 스스로 교육 질을 낮추고 평가를 완화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요구하는 역량에 도달하지 못했는데도 진급시킬 수는 없다"며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의학계는 철저한 질 관리로 교육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 정원이 10%만 늘어도 교육 환경 악화를 예상하고 이를 막고자 애썼다.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의대는 아예 문을 닫도록 한 게 의학계다. 이런 자정 작용을 지지하지는 못할망정 아예 무시하니 교수 입장에서 분노를 느낄 따름"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대책도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의대생 복귀를 위한 노력이 우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의대생이 돌아온다면 의대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지금은 의대생 복귀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무의미한 대책을 남발해 현장 반감만 키워선 안 된다. 의학 교육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대책은 분노를 살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시대에 역행하는 선택을 하면서 '의대 교육 선진화'를 입에 올려선 안 된다"며 "단 1년이라도 현장에 와서 직접 살펴보라. 의학 교육에서 질 관리와 평가가 갖는 무게가 무엇이며 의사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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