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의학회장 "휴진 목적 아냐…현실 이해해 달라"
정부에 전향적 태도 전환 요구 "극단으로 가기 전에 멈춰야"
의료개혁특위에는 "의료계 의견 반영되는 구조 아냐" 지적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휴진에 나서기 전에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정책 전환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청년의사).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휴진에 나서기 전에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정책 전환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집단 휴진 동참 의사를 밝힌 의학계가 “이럴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달라”며 대규모 휴진 사태까지 가지 않으려면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크리스탈제이드에서 열린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의료 정책은 현장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이를 토론해야 이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너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개혁의 내용이 합리적인 대안의 도출 과정 등을 통해 실현되길 의료계 대표 단체로서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관심이 오는 18일 집단 휴진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참여 여부보다는 의료계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를 알아달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휴진이 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관심이 18일 집단 휴진에만 쏠려 있다”며 “얼마나 휴진에 동참하는지 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개인 사정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원이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휴진에) 동의했다는 게 중요하다. 휴진에 동참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여태까지 연구, 진료에만 매진해 왔는데 환자 곁을 떠나고 싶겠는가. 그럼에도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현실을 이해해 달라"며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중환자실, 응급실 등 필수중증의료 부분은 휴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파국을 막으려면 정부에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보여주고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의료가 바로 설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추진하길 원하고 있다. 우리들의 절규로 생각해달라”며 “정부가 능동적으로 정책 전환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 극단까지 가지 않도록 서로 대화의 물꼬가 터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의료계가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합리적인 대안 도출을 촉구해 왔지만 정부가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를 요구해 왔는데 그 자체가 합리적인 대안 도출을 위한 시작이기 때문이다. 원점 재논의가 의대 정원을 한 명도 늘리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정부도 그런 의미임을 알고 있음에도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합리적인 2차 대안으로 정부와 협상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는데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하긴 어렵다”며 “물밑에서 어느 정도 의견이 도출되면 그 다음 발표하는 수순을 밟는 게 맞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면 되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의견을 낸들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 회장은 “총 20개 자리 중 의료계에 3자리만 줬다. 현실적으로 그 자리에서 의견을 낸다 하더라도 수용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전문가 단체 중심의 위원회를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든다면 지금이라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그러나 지금의 의료개혁특위 구조는 이야기를 듣고 박수치는 위원회에 불과하다. 그 안에서 의견을 개진한다더라도 합리적인 의견이 도출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록 등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상규 기획이사는 “일본의 경우 의사 인력 수급 관련 회의록이 녹취록 수준으로 다 적혀 있고 공개돼 있다. 추후에 누구라도 그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성이 중요하다. 그런 투명성이 담보되는 구조라면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칼자루를 쥔 것은 정부”라면서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뻔히 파국으로 가고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대한민국 의료가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려면 타협해야 할 부분이 있고 그래선 안 되는 부분도 있다. 그 원칙을 고수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파국으로 가겠다면 가는 것이다. (의학회로선) 그렇게까지 가지 않도록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결국 칼자루를 쥔 것은 정부다. 그러나 나중에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추락시킨 것이 이번 정부라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