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파국 임박…필수의료 현장 목소리 경청하라"
"현장 떠난 전공의에 공감하며 끝까지 보호하겠다"

전공의를 지도해 온 수련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의료계에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촉발한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전국 의과대학·수련병원 소속 교수와 지도전문의라고 밝힌 이들은 8일 '의료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 웹사이트를 개설해 정부가 일방적인 의료 정책으로 의료 체계를 혼란에 빠트렸다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연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필수의료 붕괴와 지방의료 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며 "지난 20년 동안 의료계가 필수의료의 쇠퇴와 근본적 해결 방안을 강조했으나 정부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 "필수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 정책에 대해 "비판적 논의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급격한 정원 증원이 불러올 "실질적 문제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경청하라"고 했다.

전공의를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도 중단하라"고 했다. 전공의는 피교육자로서 "수련을 포기했을 뿐 환자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대책을 제시하고 "전공의와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비판적 의견을 수용하고 함께 논의할 기회를 마련하라"고 했다. 이들은 전공의에게 공감하고 "끝까지 보호하고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국민, 의료계, 그리고 정부의 협력을 통한 진정한 의료 개혁의 시작을 간절히 바란다"며 "올바른 의료 개혁과 미래의료 발전을 추구하는 주체로서 필요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모든 이해관계자는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하고 해법을 도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환자를 위해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으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최악의 의료 파국이 임박하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의료계에는 시국선언 연대를 호소했다.

이들은 "전공의의 좌절과 분노, 무기력을 이해하며 진실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 중 하나"라면서 "정부의 강력한 압박과 통제 속에서도 의료계가 힘을 모아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단결된 의지를 보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가 하나 된 목소리를 낼 때 국민과 사회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우리가 소망하는 의료 발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면서 "하나 된 목소리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 및 지도전문의 시국선언

현재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는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빠른 시일 내에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히 위협받을 것임을 깊이 우려하는 바이다. 의료 현장의 전선에서 헌신적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국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 소속 교수 및 지도전문의들은, 우리의 양심과 직업적 소명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우리는 필수의료의 붕괴와 지방의료의 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준엄하게 묻고자 한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탁월한 의료를 자랑해오면서, ‘값싼 의료’의 뒤에 숨겨진 의료진의 과도한 부담은 간과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의료계가 필수의료의 쇠와 그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음에도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했다.

2. 우리는 정부가 필수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중증, 응급, 그리고 지역 의료 붕괴이다. 일방적인 ‘필수의료 지원’ 정책이 결국 현장에서 외면받고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늘도 이를 반복하며 의료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3. 우리는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도 열려 있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정부는 급격한 증원이 수반하는 실질적 문제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4. 우리는 정부에게 전공의들을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전공의들은 피교육자로서 더 이상의 수련을 포기했을 뿐 환자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님을 천명하는 바이다. 전공의들이 각각 흩어진 것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의를 완전히 단절하고 통제와 억압만으로 어떠한 저항이나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 극심한 좌절감과 무기력함의 절박한 표현이다. 우리는 그 심정을 깊이 공감하며 이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지지할 것을 약속한다.

5. 우리는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와 지방의료 몰락을 구제할 대책을 제시하여 전공의들과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비판적 의견 또한 수용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이러한 최소한의 의지조차 보이지 못하고 의료 대란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국민들은 정부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6. 우리는 국민, 의료계, 그리고 정부의 협력을 통한 진정한 의료 개혁의 시작을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의료의 핵심 주체로서 시민적 가치에 부합하는 책임과 윤리를 명확히 인식한다. 또한 의료계 전반이 더 높은 수준의 전문가 정신을 바탕으로, 용기 있는 자기 성찰과 변화를 추구하는 데 적극 참여할 것을 선언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올바른 의료개혁과 미래의료의 발전을 추구하는 주체로서 필요한 책임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의료체계의 가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정부는 의사들을 척결의 대상이 아닌 의료개혁의 동반자로서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의 토끼몰이식 강경대응이 초래한 의료 붕괴는 결국 국민에게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하여 해법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환자를 위해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최악의 의료 파국이 임박하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

연대 서명 요청 서한문

존경하는 전국의 수련병원의 교수, 전문의들께

엄중한 시기를 맞아 고난을 겪고 계실 전국의 의사 선생님들께 깊은 존경과 함께 서면으로 이렇게 인사를 전합니다. 저희는 수련을 잠시 쉬고자 결정한 후배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며 환자를 돌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수련 병원의 교수와 전문의들입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국가 의료 체계의 위기에 함께 맞서고자 ‘2024년 의료 시국선언문 연대서명’을 간곡히 요청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붕괴 직전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심각한 불만과 좌절, 무력감을 느끼며 현장을 떠났고 정부는 의료 붕괴의 위기에 아랑곳없이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타협 없는 강행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질 것이며, 그들이 오로지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은 하루하루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저희들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강력한 법적 처벌을 가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며 심지어 선량하게 최선을 다하는 일선의 동료 의사들에게도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대응은 정부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우리의 후배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일선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직업의식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우리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소리 높여 외치기에는 점점 지쳐만 가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좌절과 분노, 무기력을 이해하며 진실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부의 강력한 압박과 통제 속에서도 의료계가 힘을 모아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단결된 의지를 보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그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데에 우리가 노력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비단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미래 의료에 대한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발전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우리는 작금의 국가 의료체계의 위기에 전국의 선생님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정부, 국민, 전공의들을 향한 메시지에 담고자 합니다. 우리가 하나된 목소리를 낼 때 국민들과 사회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우리가 소망하는 의료 발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 지지하고 단합하여 의료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선생님들의 지혜와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하나된 목소리에 동참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2024년 의료시국 선언문’에 연대 서명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3월 8일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교수/전문의 16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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