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약심,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 조건부허가 연장
일부 위원, 3상 진행 미온적인 이수앱지스 태도 지적

국산 파브리병 치료제인 이수앱지스의 ‘파바갈주(성분명 아갈시다제베타)’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이 수년째 제자리걸음 상태인 가운데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2025년까지 조건부 허가를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 단, 마지막 기회라는 조건을 달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앱지스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주' 제품이미지.
이수앱지스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주' 제품이미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중앙약심 생물의약품 분과위원회는 지난 5월 회의를 열고 이수앱지스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 조건부 허가 조건 연장에 대해 논의했다. 파바갈은 유전성 희귀 질환인 파브리병의 장기간 효소 대체요법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이수앱지스는 지난 2014년 식약처로부터 파바갈 조건부 허가를 승인받았다. 중대질환 치료제 또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2상까지 완료 후 조건부 허가를 획득할 수 있으며 이후 3상을 진행해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자료 제출을 하지 못할 경우 조건부 허가는 취소된다.

이수앱지스는 지난 2016년 식약처로부터 3상 IND(임상시험계획)를 승인받지만 현재까지도 임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중앙약심 위원들은 이수앱지스가 제품 판매에만 치중할 뿐 임상시험에는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파바갈 매출액은 약 95억원으로 이수앱지스 전체 매출액의 23.13%를 차지했다. 지난 1분기 파바갈 매출액은 22억원이다. 지난해 1월에는 NPO 페트로박스 제약과 러시아 외 CIS 국가 11개국 판매권을 이전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 중앙약심 위원은 지난 회의를 언급하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 6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거의 환자 등록이 안 됐던 상황에서 매출을 늘려갔던 것은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었기에 지난 약심에서 연장 불가로 결론 내렸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펜데믹 동안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나, 전혀 진행이 안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마무리 못한다면 당연히 (조건부 허가를) 철회해야 하며 질환 전문가들이 이 약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하시니 한 번의 기회는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위원은 “이 약제를 쓰고 있는 수십 명의 희귀질환자들이 타 약제 전환 시 저항감과 업체의 구체적인 임상이행계획, 국내 제약산업 보호 차원 등을 고려해 이번에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으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같은 중앙약심 위원들의 지적에 회의에 참석한 임상시험책임자는 “파브리병은 희귀질환이며 다국가 임상은 쉽지 않다. 환자 등록에 있어 그동안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3명이 등록했고, 5월 말 중국 환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2명 등록 예정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기관 확장을 해서 국내 총 9개 기관이 참여할 것이고 임상이 시작됐으므로 이전과 달리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품목 취소 결정이 난다면 임상시험 진행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셔서 임상이 진행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중앙약심 위원들은 연장 타당성 및 이행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되나 계획된 대로 허가조건이 수행될 수 있도록 식약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이수앱지스는 오는 2024년까지 임상 참가자 24명 등록을 완료해야 하며 2025년까지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건부 허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수앱지스는 21일 청년의사 질의에 현재 파바갈 3상이 개시된 상태로, 환자 투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파바갈 3상 환자 투약이 지속 중이며, 항암신약 후보물질 ‘ISU104’은 1b상까지 종료했다.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치료제 후보물질 ‘ISU305’는 1상을 종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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