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계·시민단체 “취약계층 중심 공공 플랫폼 필요”
정부 “민간 플랫폼 금지할 수 없어…공공과 균형 강조”

무상의료운동본부가 4일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공공 중심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청년의사).
무상의료운동본부가 4일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공공 중심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청년의사).

정부가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약계와 환자단체, 시민단체가 민간 영리 플랫폼 중심의 운영을 우려하며 공공 중심 플랫폼 구축을 촉구했다.

4일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원격의료는 민간 플랫폼 중심이 아닌, 공공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서영석·전진숙 의원과 공동주최했다.

대한약사회 장보현 정책이사는 원격의료를 시장에 맡기면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현재 논의하는 원격의료 법안에 공공 플랫폼 구축 근거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는 "취약계층과 미충족 의료 수요를 보완한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실제 서비스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건강보험과 전자 처방 시스템처럼 공공 원격의료 플랫폼을 만들기 가장 좋은 인프라를 갖춘 나라다. 단순한 영리 사업이 아니라 공공적 가치를 살리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홍석환 정책국장 역시 "닥터나우나 굿닥 등 민간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수익 창출에 목적이 있다. 20~40대 도시 거주자처럼 '돈 되는 이용자' 위주다. (이들은) 의료 취약 계층을 위해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의 이윤 추구에 휘둘려선 안 된다. 이들의 의료 시장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공공 플랫폼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생활치료센터·재택치료 진료지원시스템을 지원한 만큼 "공공 원격의료 플랫폼 운영 기반도 갖췄다"고도 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도 원격의료는 공공 플랫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논의되는 법안처럼 민간 플랫폼 중심 구조로 제도화되면 의료 공공성과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중증 질환 환자와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의 즉각적인 관찰과 지속 가능한 진료”라고 지적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민간 원격의료 플랫폼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주도의 공공 의료 플랫폼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영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영리 추구는 의료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현재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들이 의료적 가치보다는 영리 목적에 치우친 사업을 전개하며 국민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 플랫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정부 재원에만 의존하는 공공의료 모델이 현실적으로 국민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민간과 공공 그리고 전문가 단체가 각자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의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원격의료 제도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민간 플랫폼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성창현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민간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공공 플랫폼 구축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은 만큼, 제도화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플랫폼을 막기보다는)신고와 인증제로 관리하고, 취약계층 진료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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