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정도 따라 대리 수술과의 모호한 경계 존재”
조성준 교수팀, 외국 사례 참고해 수술교육 지침 마련

강원의대 심장혈관흉부외과학교실 조성준 교수 연구팀은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발표한 ‘한국의 대리수술: 다양한 대리수술의 양상과 전공의 수술 교육 지침의 필요성’을 통해 외과 수술 교육 지침을 제안했다(ⓒ청년의사).
강원의대 심장혈관흉부외과학교실 조성준 교수 연구팀은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발표한 ‘한국의 대리수술: 다양한 대리수술의 양상과 전공의 수술 교육 지침의 필요성’을 통해 외과 수술 교육 지침을 제안했다(ⓒ청년의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로 전공의 수련 교육 위축 논란이 일었다. 관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전공의나 전임의가 교육 목적으로 참여한 정상적인 수술까지 ‘대리수술’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전공의와 전임의의 수술 참여 범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논란의 불씨를 잠재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은 수련교육관리기구인 ACGME(Accreditation Council of Graduate Medical Education) 등에서 수술 참여 단계, 감독 방식, 환자 동의 절차를 세세히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강원의대 심장혈관흉부외과학교실 조성준 교수 연구팀은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한국의 대리수술: 다양한 대리수술의 양상과 전공의 수술 교육 지침의 필요성’에서 “수술실 CCTV가 의무화된 현 상황에서 일정한 지침 없는 전공의 수술 행위는 논란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외과 의사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스승을 보조하거나 대리하며 수술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다”며 “이는 전 세계 공통의 교육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참여 정도에 따라 대리 수술과의 모호한 경계 지점이 존재한다”며 수술실 CCTV 영상만으로는 이를 구분하기 힘든 현실을 지적했다. “수술 장면이 영상을 통해 환자에게 비춰지면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부정한 대리수술 행위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영상감시는 교육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전공의 수술 교육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수련병원들은 ‘ACGME program requirements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in general surgery’를 토대로 자체적인 수술 교육 지침과 지도 방식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ACGME 외과 수련 기본 원칙은 전공의가 독립적인 수술 능력을 갖추도록 연차 또는 개인별 숙련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훈련하도록 했다. 특히 수술 교육 담당 전문의가 지도 감독하는 방식을 ▲직접 감독(direct supervision) ▲간접 감독(indirect supervision) ▲수술 후 검토(oversight)로 분류한다. 담당 전문의가 수술실에 머물며 지도하는 직접 지도는 신입 전공의 교육에 필수다. 간접 감독은 담당 전문의가 수술실 밖에 있지만 언제든 즉시 참여 가능한 거리에서 전화나 영상으로 지도하는 방식이다. 수술 후 검토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전공의 발전 단계와 수술 난이도에 다라 담당 전문의가 판단해 지도 방법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 노스웨스턴의대 외과 지도 지침(Guidelines for supervising residents, Northwestern Univ. feinberg school of medicine, Dept. of surgery)은 수술 단계를 마취 유도, 절개, 진단 확인, 수술 집행, 봉합, 마취 회복으로 구분해 담당 전문의 재량에 따라 지도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외과 전공의 1년차는 피부 절개나 봉합 같은 기본 술기를 반드시 직접 지도받아야 하며, 4~5년차라도 주요 수술 단계에서는 책임전문의가 반드시 수술실에 입회해야 한다.

연구진은 한국도 명확한 감독 단계와 책임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도 외과 분야 수련지침서에 시기별로 달성해야 할 수기와 수술 목록 등 성취 목표가 제시돼 있다. 하지만 “수술실 내 교육에 있어 지도 전문의가 지켜야 하는 지도 감독 방식은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이에 “수술 지도 감독에 관한 지침이 필요한 때”라며 여섯 가지 수술 지도 원칙을 제안했다.

1. 지도 전문의와 전공의는 각 분야별로 작성한 수술 지도 지침을 숙지해야 한다.
2. 수술의 지도 전문의(혹은 담당 전문의)는 수술 전 과정에 대한 최종 책임자이다.
3. 수술 전 환자에게 전공의 참여 여부를 알려야 하며 참여 전공의는 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4. 수술 과정을 ①마취 유도 ②절개 ③진단 확인 ④수술 집행(주요 부위 수술 포함) ⑤봉합 ⑥마취 회복의 6단계로 분류하고 단계에 따라 지도 방식을 달리한다.
1) 담당 전문의는 수술 전 시간 동안 언제든 수술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2) 담당 전문의는 수술 중 ③진단 확인 ④수술 집행 단계에서 수술장 내에 머물러야 한다.
3) 담당 전문의는 주요 부위에 대한 수술이 이루어지는 동안 수술실 내에 머물러야 하며, 난이도가 높은 수술의 경우 직접 수행하거나 수술대에 입회(scrubbing)하여 지도해야 한다.
5. 지도 전문의와 전공의는 수술을 수행함에 있어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1) 전공의는 수술실 내에서 지도 전문의의 감독에 따라야 하며 지도 전문의는 전공의의 숙련도에 따라 지도 감독의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
2) 1년차 전공의는 일정 기간 담당 전문의나 선임 전공의 혹은 전임의에 의한 수술실 내 직접 감독이 필요하다.
3) 2~3년차 전공의도 반드시 지도 전문의의 감독하에 수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자신의 역량을 넘어선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도 전문의에게 보고하고 상의해야 한다.
6. 수술실 내에서 생명이 위협받는 응급상황(life threatening emergency)의 경우 지도 전문의가 가능한 즉시 개입해야 한다. 담당 전문의가 수술실 밖에 있는 경우는 누구든 최상급자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지도 전문의에게 연락해야 한다.

연구진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수술 참여는 현재 일정한 지침 없이 운영되고 있어 간혹 외과 교육과 대리 수술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놓이기도 한다”며 “의료의 투명성과 체계적인 외과 교육을 위해 표준화된 수술 교육 지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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