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김형선 위원, 공공 연계 '한국형 의료전문법인' 제안
"법인화로 기존 의료 자원 지속 가능성 확보가 더 효과적"
공공의대와 의료기관을 새로 설치하는 대신, 지역 의료기관 법인화로 지역 공공의료 공백을 해결하자는 제안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의료정책연구원 김형선 부연구위원은 지난 24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회관에서 '의료기관 법인화 관련 국내외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한국형 의료전문법인 모델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제안한 모델은 의사 1~2인이 주체가 돼 1·2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법인을 개설하는 형태다. 세금 감면 혜택과 설립·운영 투자비를 보조하고, 법인이 공공의료나 공익 활동을 할 경우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자고 했다.
김 위원은 "일본을 비롯해 각국 사례를 살폈을 때, 의료전문법인은 전문인 경영 등 체계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여러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의료기관을 법인화하고 전문적인 의료 전달 체계를 연계하면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제성 평가 측면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지역 내 의료 자원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면, '신규 인프라' 구축보다 효율적으로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인구 감소로 의료 수요자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개인 의료기관과 공공 부문을 연동는 방식은 의료 서비스 불균형 해소에 한계가 있다"면서 "공공의대(병원) 설립과 유지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설령 공공의대를 설치하더라도, 신규 의사 인력 배출까지 10년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의료기관이 전문법인이 돼 지역사회에 자리 잡고, 공공기관과 연계해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전문적인 의료 전달 체계를 구성한다면, 공공의대 신설이나 지역의사제 도입 없이도 기존 의료 자원으로도 현재의 의료취약지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의료법인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제한된 부대사업 범위를 넓혀 수익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영리화 우려는 "정보공개청구나 외부 감사 제도 등 제도 보완으로 불식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은 "통합돌봄 등 고령화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의료법인이 가능한 부대사업 범위도 반드시 넓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법인이 지역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어렵다"면서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우리나라 실정에 유효한 의료전문법인 모델을 만들고,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지역에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의료전문법인이 아니더라도 기존 의료법인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기관 법인화 규제를 완화하고 공익성 강화책을 보완해 의료법이 제도 도입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법무법인 텍스트)는 "사립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과 달리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은 인정하지 않는다. 부대사업 제한도 크다.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경영 개선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의료법인은 만성적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규제만 하는 제도가 생존을 위해서 위법을 저지르는 '좀비 의료기관'을 양성하고 전체 의료 질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이사는 "다른 법인과 차별적인 규제를 폐지하고 의료 서비스 개선과 공공성 강화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를 설정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관련 법이 바뀌어야 한다. 각종 지원 대상 선정에서 우선적 지위를 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과 세제 혜택이라는 소소한 당근으로 의료 서비스 경쟁력 확보와 공공성 강화를 달성할 수 있다면, 사회적 반발이 큰 영리병원이나 '돈 먹는 하마'가 되기 쉬운 공공병원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면서 "의료법인 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돼 국민 건강권이 더 두텁게 보장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