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회장, 응급의학과 전문의 10% 응급실 떠나…"소송 부담 줄여야"
김재혁 정책이사 "중증 응급환자 진료 시 가장 큰 부담 '사법 리스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를 향해 의정 갈등 해결에 속도를 내 달라고 했다(ⓒ청년의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를 향해 의정 갈등 해결에 속도를 내 달라고 했다(ⓒ청년의사).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의정 갈등 전환점을 기대하는 응급실 의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잘못된 의료 정책 추진으로 의료 대란을 초래한 정부 관계자들의 사죄가 그 시작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 의사들이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소송 부담과 형사면책 범위를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난 29일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2025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대선 끝나고 해결 실마리가 보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구체적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빠르게 해결하지 않으면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 커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사직 전공의들이 (국민들에게 의정 갈등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1년 반 동안 잘못된 정책이 이어지며 국민들이 받게 될 피해에 대해 의료계가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상황까지 이어져 왔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잘못됐다고 이야기 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 해결의 전환점은 “정부 관계자들이 잘못된 정책 방향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제안은) 기술적인 해결 방법일 뿐이다. 근무 시간을 줄여 달라고 전공의들이 사직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권이 바뀌고 해결에 서둘러야 함에도 아직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소송 부담으로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붙잡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10%가 응급실을 떠났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대해 의료계에서 걱정하는 이유가 이것”이라며 “대동맥박리 사건의 경우 진단을 못했다는 이유로 전공의 1년차가 소송에 걸렸다. 판결 나기까지 10년이 걸렸으며 결국 면허도 취소됐다. 의사들이 바라볼 때 사법적 분쟁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처벌이다. 무죄가 나왔다 하더라도 처벌 받지 않은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완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협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결론 날 때까지 토론해 봤으면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서로 간 합의점에 다가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김재혁 정책이사는 “중증 응급환자 진료를 하며 가장 큰 부담은 결국 사법 리스크다. 이에 대한 해결이 안 되면 장기적으로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근무를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필수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처치를 했을 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응급의료 문제 해결, 응급의료 전문가 참여 논의체 구성 必"

이날 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해체와 잘못된 정책 추진에 대한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응급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응급의료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체 구성도 촉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 비대위는 “의사집단행동도 아니고 재난 유발 요인이 정부에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100차례 넘게 회의를 했으면서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금은 회의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해결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행정부 결정권자와 전공의, 의대생이 포함된 논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잘못된 정책추진에 대해 관련 책임자들은 의료계와 국민들에게 정중하게 사죄하라"며 "전공의 사직 사직 초기 위법적인 강제명령을 남발하며 끝까지 본인들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결과가 오늘까지 이어진 갈등의 원인이다. 책임 지겠다고 한 (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책임 져야 마땅하다. 잘못된 정책 시행에 대한 사죄는 당연하다"고 했다.

이들은 "응급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응급실 과밀화 해결, 최종 치료와 취약지 인프라 개선, 사법 리스크 면책 등 기본적인 조건들을 주장해왔지만 아직까지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기본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실 강제수용 등 조치들로는 응급의료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 현장 의견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논의체 구성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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