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병원 수익성 낮은 분야 진료 축소
"환자 없는 지방, 의사도 없다" 이용제한 지적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으로 지방 대학병원에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합리한 중증도 분류로 중증·응급이 아닌 분야는 수익성이 낮아져 진료 자체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신경철 교수는 13일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상급종합병원은 앞으로 (전체 환자 중) 적합질병군 비율 70%를 지향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지역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이나 응급이 아닌 수익성 낮은 분야는 급격히 축소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지역 대학병원은 공동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비인후과도 적합질병군이 거의 없어 축소됐고 안과,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소아청소년과도 퇴출될 것”이라며 “정형외과는 하면할수록 손해가 나니 마찬가지로 퇴출될 분야다. 내과도 상당 부분 어려울 것 같다. 이 분야들은 지금도 전문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지만 앞으로 양성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했다.
지방 상급종합병원 진료 축소로 2차 병원으로 옮겨가는 환자들이 많지만 이를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수도권으로 쏠리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 교수는 “대구는 종합병원이 정말 빈약하다.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곳이 대구파티마병원 하나밖에 없다”며 “굉장히 단순화되고 분절된 형태의 전문병원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 공급도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중증환자 진료 능력이 매우 낮다. 지역 완결적으로 (의료체계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신 교수는 “결국 정부가 원하는 지역 포괄 2차 병원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외형적으로 형태는 만들어질 수 있지만 기능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지역 내 종별 의료기관 구성 적정한지, 또 지역에서 원하는 의료 형태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는 작업을 했으면 한다”고도 했다.
“국민 의료이용 제한 없인 정부 의료정책 실효성 거두기 어려워”
국민의 의료이용을 제한하지 않으면 의료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김창수 정책이사는 “지금 나오는 정책 대부분은 공급자 지원이나 체계 개선으로만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용자의 선택 제한에 대한 부분은 빠졌다”며 “예를 들어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지역 진료권을 확실히 제한해야 한다. 또 의사와 환자를 싸움 붙이는 게 아니라 정부가 환자 설득에 나서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배장환 전 충북대병원 교수(좋은삼선병원 순환기내과)도 “정부에서 공공의대 등 어마어마한 공급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1~2기 암 환자들도 무조건 효도를 해야겠다며 지역 병원을 버리고 서울로 가는 수요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무한 공급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배 전 교수는 “의사에게 제일 중요한 정주 여건은 아이들이 다닐 국제고가 아니다. 바로 환자 수다. 내가 볼 환자가 모두 서울로 가버리고 나면 그 의사들은 모두 서울로 가게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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