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교수 "의대생 돌아와야…소송 돕는 게 보호 조치인가"
김택우 회장 "동의 못해, 모두가 보호하고 지지해야 할 대상"
학장·교수 책임 지적 발언도…"죽을 각오로 해결 노력할 때"

홍순철 대의원은 의대생을 대하는 대한의사협회 태도가 부적절하다며 '방패막이'라고 언급했다(ⓒ청년의사).
홍순철 대의원은 의대생을 대하는 대한의사협회 태도가 부적절하다며 '방패막이'라고 언급했다(ⓒ청년의사).

2년차를 맞은 의정 갈등 국면에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집행부가 의대생을 '방패막이'로 쓰는 것 아니냐는 발언이 나왔다. 정부와 대학이 제적 조치로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을 압박하는데 '개인 선택'이라며 소송을 돕겠다는 의협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대한의학회 대의원인 고려의대 홍순철 교수는 2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의협 제77차 정총에서 감사단의 의대생 법률 자문과 소송 지원 권고를 두고 "의대생은 의협 회원도 의사도 아니고 대학과 고용자와 피고용자 관계도 아니"라면서 "의대생 법적 소송 지원을 다시 한번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지원이 "적절한 의대생 보호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홍 대의원은 "개인적으로 의대생은 이제 복귀해야 할 시점이라 본다"며 의협이 "투쟁에서 의대생을 계속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간 의협은 의대생이 '의협 회원이 아니다, 성인이다, 그러니 (의료 사태에 대해서) 의사결정은 본인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해 왔다"며 "교육 시스템 그 자체와 의대생에 대한 의협 입장을 명확히 해 달라"고 했다.

김택우 회장 "방패막이? 추호도 그런 생각 없다…표현 자제를"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의대생 '방패막이'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의대생 '방패막이'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청년의사).

김택우 회장은 의협이 의대생을 '방패막이'로 사용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의대생 뜻을 존중하고 필요한 지원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의대생이 (의협의) '방패막이'라는 표현은 과하다. 의협은 결코 의대생과 전공의를 방패막이로 해 어떤 목적을 이루려 한 적 없다. 그런 생각도 추호도 없다. 내부적으로도 (방패막이 같은)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의대생 법적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의협 회장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의대생은 의협의 미래 회원이며 (이번 사태에서) 의협과 공통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그간 의협은 의대생은 물론 회원이 아니더라도 정책 방향성이 같은 이들에게 필요하면 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의대생이 회원이 아니므로 (이번 사태에서) 개인이 판단해야 하고 의협은 그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이 아니다. 이들은 한 명의 성인이고, 이번 사태에서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자는)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로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대의원과 의학계에 의대생 보호와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여기 있는 대의원의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교수와 제자로서 관계를 망라해보더라도 의대생은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이들이다. 대의원 중 의대생이 휴학으로 제적되길 바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느냐"면서 "그러니 의협은 이들을 보호하고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정치권과 정부를 비롯해 모든 분야에 걸쳐 (사람들과 접촉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실과도 논의하고 왔다. 정부는 (의료 사태를 해결할) 책임도 권한도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의료계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협은 대선 전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대 학장과 교수들도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김 회장 발언 후 의협 대의원회는 제적 등 학사 불이익을 당한 의대생에 대한 법률 자문과 소송 지원을 권고한 감사단 보고서를 채택했다.

"어떻게 의대생 돌아오라 말하나…교수들 반성해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의대생 복귀를 요청하는 의학계를 정면 비판했다(ⓒ청년의사).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의대생 복귀를 요청하는 의학계를 정면 비판했다(ⓒ청년의사).

홍 대의원 발언 이후 현장에서는 대학을 포함해 의료계가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필수의료' 문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를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 회장은 "흉부외과 전문의 2,000명 중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로) 근무하는 인원이 1,0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 1,000명은 개원의다. 이 가운데 흉부외과 전문을 표방하는 인원은 100명에 불과하다. 다른 이들은 모발 이식, 감기 등을 보며 일반의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4년 동안 치열하게 수련받아도 대학병원에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의대) 정원만 늘려서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교수들이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왜 대학병원에서는 (교수 1명이) 하루에 환자를 150명씩 진료하고 심장 초음파 같은 중요한 의료행위를 해부학을 배우지 않은 임상병리사에게 맡기느냐"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기희생하며 투쟁하는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돌아오라고 말할 수 있느냐"면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대의원은 "그간 우리 의료계가 절박함이 부족했다. 그래서 의료 사태를 해결할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대선에서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의대생과 그 학부모의 심정으로 (의료 사태를 해결하고자)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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