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의대 정원이 다시 3,058명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2,000명 증원’이 불러온 의정 갈등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의료계 내부 균열도 깊어졌다. 특히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교수에 대한 반감이 크다. 스승과 제자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장면도 펼쳐진다.
교수는 어느새 ‘씹수’가 됐다. ‘중간착취자’라고 부르는 건 이제 ‘점잖은 비판’으로 보일 정도다. 대학병원에 남아 있는 교수는 ‘공공의 적’이 됐다.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의대생들이 휴학했을 때 교수들도 함께 대학병원을 나왔으면 이번 사태가 조기 해결됐을 거라는 말도 한다. 스승이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서운함이 교수들을 향한 비판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판은 비난으로 바뀌고 있다. 교수들이 제안하는 전공의 수련교육체계 개편을 ‘착취 구조 재설계’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현재 수련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들이 거의 없어 토론을 통해 오해를 풀거나 간극을 좁히기도 힘들다.
주변에서도 갈등을 부추긴다. 대학병원에 남아 전공의 없이 간호사와 함께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는 그 자체로 비판받기도 한다. 진료지원인력인 PA(Physician Assistant)에 대한 반감이 겹친 탓이다. PA 간호사의 능력을 칭찬하고 더 활용하자고 얘기하는 의사는 ‘공개처형’ 수준으로 욕을 먹는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을 떠난 교수도 있다. 그는 그 지역에서 유일하게 특정 난치성 질환을 보던 교수였다. 이 대학병원 해당 진료과는 애초 전공의가 배정되지 않은 곳으로 그 교수는 간호사와 팀을 이뤄 환자를 진료해 왔다.
이제는 의정 갈등보다 의료계 내부 갈등이 더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이 대로면 의정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의료계 내부 균열은 메우기 어렵다.
반목하는 이들도 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는 의대 교육과 전공의 수련도 포함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와도 교수들이 떠나면 소용없다. 의료계 전체가 반목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려면 의료계 대표자와 내부 영향력이 큰 이들부터 신중하고 절제된 언어로 갈등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