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유진홍 간행이사, 임상·교육·연구 피해 지적
“의대 증원 정책으로 임상 마비, 의학 기반 붕괴”
파면된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추진한 의료 정책으로 임상 현장과 의학교육뿐 아니라 연구 분야도 ‘초토화’라는 한숨이 이어진다. 대한의학회 유진홍 간행이사(가톨릭의대)는 ‘회복’이 아닌 ‘재건’이 필요할 정도로 현장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 사설(Editorial)을 통해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재임 기간 의료체계에 입힌 손상은 여전히 깊고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이사는 의학회가 발행하는 JKMS의 편집장이다.
유 이사는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으로 “임상 현장은 마비됐고 한국 의학 기반도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유 이사는 “정부가 밀어붙인 의대 증원 정책은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집단 휴학 사태를 불러왔다”며 이로 인해 대학병원은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해졌고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를 중단한 채 “임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실로 향해야 했다”고 했다.
연구 인프라도 붕괴됐다. 유 이사는 “기초의학부터 임상시험, 다기관 협력 연구,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구가 중단됐다”며 “이로 인해 연구 연속성과 데이터 신뢰도가 떨어지고 국제 협력 지위도 하락해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지난해 제출된 의학 논문 초록 수가 전년도 대비 30% 이상 줄었으며 대한내과학회는 감소율이 80%나 된다며 “국내 주요 의학 학술지 논문 투고량이 급감하고 임상시험과 연구 프로젝트 중단은 한국 의학의 국제 위상에도 타격을 줬다”고 했다.
의료와 의학이 망가진 수준이 심각해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재건’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은 물러났지만 연구실은 여전히 조용하다. 이는 한국 의학 연구와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교수들이 연구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 진료 인력 투입, 행정 업무 경감, 단기 연구 안식년 제도 도입, 성과 기반 인센티브 확대 등을 제안했다. 또 의사과학자 양성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MD-PhD 과정 확대, 장학금 지원, 전담 연구센터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학문 활동의 자율성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국가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며 단기 성과보다는 신뢰 회복을 위한 장기적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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