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심부전 주간 선포…“인식 개선 필요”
“급성기 중환자실 입원 환자 등 질병군 A 인정 필요해”

24일 서울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열린 ‘심부전 주간(HF Awareness Week)’ 선포식에서 대한심부전학회 유병수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심부전이 암보다 생존율이 낮은 중증질환임에도 의료체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지난 24일 서울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심부전 주간(HF Awareness Week)’ 선포식을 개최했다. 학회는 3월 마지막 주를 심부전 주간으로 지정하고, 일반인과 의료진 모두의 심부전 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심부전학회 유병수 이사장(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최근 20년 동안 심부전 유병률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심장 질환 중 가장 많은 입원 원인이자 사망률이 높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중증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심부전학회 박성미 홍보이사(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경험하는 심부전 환자 관리의 어려움과 현 분류체계의 모순을 전했다.

박 이사는 “2022년 HF 팩트시트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의 1년 생존율은 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 72.9% 보다 낮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입원 심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에 불과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 이사는 “고심 끝에 처방한 심부전 치료제가 약국에서는 고혈압약으로 설명되기 일쑤”라며 “환자들도 시술이나 수술이 아니면 질환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며, 심부전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인 관상동맥협착으로 스텐트를 삽입하면 본인 질환을 협심증으로만 기억한다”고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학회는 ‘질병군 B(일반진료질병군)’로 분류된 심부전을 중증 질환인 ‘질병군 A(전문진료질병군)’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군 B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해도 되는 질병’을 의미하지만, 실제 심부전은 합병증 가능성이 높고, 희귀병이 포함되며, 치사율이 높고, 난이도가 높은 질환으로 질병군 A에 해당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에 의견 제출…환자단체와 함께 여론 환기”

학회가 169명의 순환기내과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5% 이상이 ‘심부전의 중증도 분류 변경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주관식 답변에서는 ‘심부전이 암 이상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인데 국가적 관리가 필요하다’, ‘급성 악화나 말기 심부전을 대상으로 수가 조정이나 전문가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한 응답자는 ‘급성 악화로 도부타민 등 강심제를 투여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도 B군으로 분류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다른 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의 대표적 희생양이 B군으로 돼 있는 심부전이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심부전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멸종할 것’이라는 우려도 표명했다.

박 이사는 실제 당직 중 겪은 사례를 공유하며, “지난주 응급실에서 심부전 환자가 숨이 차서 왔는데,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질병군 B’로만 분류할 수 있었다. 급성 호흡곤란으로 ‘질환군 A’에 등록하려 했더니 시스템에서 ‘호흡기내과 전문의에게 진료 요청하겠습니까’라고 뜨더라”며 “관상동맥·부정맥은 응급 질환이지만, 심부전은 아무리 찾아도 응급 질환으로 등록할 수 없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중증환자 비율이 올해부터 더 높아진다”며 “B군으로 분류된 심부전 환자는 중증도 평가에서 제외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비록 ‘상급종합병원 적합 질환’으로 호흡곤란, 의식장애 등 KTAS(응급환자 분류) 1~2에 해당하는 응급실 내원 환자는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전산시스템에서는 심부전으로는 등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한심부전학회 이해영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중증 분류 변경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설명했다. 이 이사는 “입원을 경험한 환자에 대해서는 중증 심부전으로 인정해 달라는 내용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모든 의견을 1년간 접수한 후 내년에 평가하겠다고 했지만,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등 급박한 상황을 고려해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환자단체와 함께 여론을 환기시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심부전학회 정욱진 기획이사는 “현재 국내 심부전 환자는 약 150만 명이지만, 중증 심부전은 좌심실 보조장치나 이식이 필요한 약 2만 명”이라며 “뇌졸중의 경우 ASU(급성뇌졸중치료실)를 지나면 A군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심부전도 급성기 중환자실 입원 환자나 심장이식 등록 환자, 좌심실 보조장치 대상자 등에 대해서는 A군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뇌혈관 특별법이 혈관 질환에만 국한돼 있어 중증 심부전, 부정맥, 판막 질환 등이 완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 이사는 “대한심장학회와 심장학연구재단 미래정책연구소, 대한심부전학회 등이 힘을 모아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심부전학회 박성미 홍보이사가 심부전 주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학회 유튜브 채널 개편…“쉽고 흥미로운 콘텐츠로 구성”

아울러, 학회는 일반인 인식 개선을 위해 ‘숨이 차다? 심부전일 수 있습니다’라는 키 메시지와 함께 유튜브 채널 ‘심봤다 심부전 TV’도 새롭게 개편했다. 대한심부전학회 현준호 홍보위원(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일반인, 환자, 보호자를 위한 쉽고 흥미로운 콘텐츠로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심부전학회는 이번 심부전 주간을 시작으로 5월 서울 헬스쇼 참가, 9월 29일 세계 심장의 날 행사 등 연중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 홍보이사는 “궁극적으로는 심부전 환자들의 치료와 예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진, 미디어, 정책 전문가 모두에게 필요한 심부전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