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비대위 성명 내고 “휴학 불승인 전체주의적”
"윗세대에 투쟁 넘기고 합업 매진해 달라" 당부도
의대생 복귀 마감 시한이 도래하자 고려의대 교수들이 정부, 대학 총장, 의대 학장단을 향해 ‘겁박’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의대생들에게는 의학교육 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당부했다. 고려의대는 연세·경북의대와 함께 21일까지 복귀하라고 학생들에게 안내한 상태다.
고려대의료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향해 “휴학은 학생들의 권리”라며 “학생들의 휴학 승인을 하지 못하도록 한 전체주의적이고 반자유적인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의대생 휴학은 자율 의지로 “존중하고 지지한다”며 미복귀 학생들에 대한 유급·제적 조치를 이행할 경우 “교육자로서 설 수 없다”고 했다.
고려의대 비대위는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와 의대 학장단에게는 “광야에 나가 있는 학생들에게 원칙이라는 미명 하에 제적을 운운하며 복귀를 권유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자들을 지지해주고 자발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정치권을 향해 “정부 강압을 따르지 않는 의대생은 필요 없으니 다른 분야 학생을 편입 시키겠다”는 망언으로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의료계와 협력해 현안 해결에 집중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의대생들에게는 “다음 세대에게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미완의 단계라 할지라도 학업의 전당으로 복귀하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앞으로의 투쟁에 대해 비록 미덥고 부족하겠지만 위의 세대에 넘기고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학업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비대위는 고한다.
2024년 2월 6일 정부의 잘못된 의료 정책과 2000명 증원 발표로 기인된 의료 파행은 어느덧 1년이 지나 3월에 이르렀다. 그간 암진단을 받은 많은 환자들은 수술을 받지 못해 수술 시기를 놓쳤고,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뇌사자 장기 기증의 비율도 급감하였다.
초과 사망율은 증가하였고 의료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시작되었지만 의료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고, 지방 의료 공백으로 말미암아 지역간 의료 격차는 더욱 악화되었다.
정부는 어떻게든 시간만 끌면 이긴다는 논리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고식지계식 재정운영으로 국민의 혈세인 국가재정이 과도하게 낭비되었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의료 자원인 국민건강보험은 고갈을 앞두게 되었다.
무계획적이고, 책임을 지지 않는 정책의 결과가 현실이 되었다. 심지어 이 사태에 책임자인 윤석열 정부는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공의들을 처단한다며 희대의 독재정권을 자인하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금 탄핵 정국 속에서도 정부는 정책부재와 실패로 인한 의료 대란의 책임을 질 의향이 전혀 없고 전공의와 학생 탓으로 돌리고 이들을 협박하고 탄압하고있다. 전공의를 의무사관후보생으로 군복부 대상자로서 원칙 없이 훈령으로 불법적으로 미선발하고 대기시킴으로써 그들의 인생을 낭비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26년 의대 증원을 원복한다는 생색내기를 한 다음,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휴학서를 낸 학생들의 휴학서를 반려하고 미등록시 제적시킨다고 협박하고 있다.
과연 지금 정부는 의료 대란을 해결할 의지와 대책이 있는가 반문한다.
교육부, 보복부를 포함한 정부에게 고한다.
학생들에게 휴학에 대해 승인을 하지 못하도록 한 전체주의적이고 반자유적인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 휴학은 본인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작금의 사태로 인해 도저히 정상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상황때문에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휴학에 대해 승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현 정권이 독재정권, 파쇼임을 공언하는 것이다.
잠시 한 때 갖는 알량한 힘으로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탄압하는 행태를 당장 거두라. 그리고 정직하게 정책 실패를 인정하라. 의료계와 협력하여 실패를 기회로 현재의 의료 상황을 역전시키는 의료정책을 제시하고 지원하라.
의대 학장단과 의총협에게 고한다.
국민들의 건강을 수호할 미래 세대를 교육하고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한, 포기할 수 없는 사명을 위해 더 이상 교육현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자 학장단과 의총협이 수 많은 고민과 희생을 감수한 것에 대해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광야에 나가 있는 학생들에게 원칙이라는 미명하여 제적을 운운하며 복귀를 권유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다. 우리 기성세대가 바로 잡지 못했던 정책의 오류를 지난 1년 동안 자기들의 인생을 희생하며 의료 개악을 막고자 저항한 후배, 제자들을 지지해 주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길 부탁드리는 바이다.
여야 정치인들에게 고한다.
설사 탄핵 정국이라는 블랙홀과 같은 시국에서 지금의 의료 문제에 대해서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국민 건강은 현재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과 연결된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정부의 강압을 따르지 않는 의대생들은 필요없으니 다른 분야의 학생을 편입 시킬 것 같은 망언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결국 한국의 미래의 희망까지 말살시키는 행위이다. 의료계와 협력하여 현안을 조속히 타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길 요구한다.
의대 학생들에게 부탁한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많은 의료계의 현안을 보며 사회에, 의료계 선배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임을 인정한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보호하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지 못했고, 다음 세대에게 비젼을 제시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현재의 의과대학 학생들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지금 상황에서는 비록 미완의 단계라 할지라도 학업의 전당으로 복귀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앞으로의 투쟁에 대해 비록 미덥고 부족하겠지만 위의 세대에게 넘기고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학업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 비대위는 학생들이 복귀하는 것을 진심으로 희망하면서 학생들의 자율적인 의견을 존중하며, 지지한다. 학생들에게 유급이나 제적을 적용할 경우, 우리 교수들도 교정에 교육자로서 설 수 없음을 밝힌다. 이젠 선배들이 나서고 교수들이 나설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
2025년 3월 21일
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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