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기승전‘수가’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의료계와 의료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다 보면 ‘수가 인상’으로 귀결된다는 말이다. 결국 원하는 게 수가 인상 아니냐는 비판적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건강보험제도 기반으로 운영되는 한국 의료에서 수가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아무리 좋아도’ 환자에게 제공하기 힘들다. 섣불리 비급여로 책정해 제공했다가는 환수되기 십상이다. 의학적인 근거가 있고 치료 효과가 좋아도 수가가 없으면 그 혜택을 받는 환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증환자 재활치료다. 중환자실 입원 단계부터 조기 재활치료를 받은 중증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빠르고 사망률도 낮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중증환자 재활치료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국은 현장 의료진의 노력만 있다.

의료진은 조기 재활이 중증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에 어떻게 든 해보려고 자체적으로 노력한다. 일반 재활치료보다 시간도, 자원도 많이 든다. 중증환자 1명을 재활치료 하려면 의료 인력만 2~3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별도로 책정된 수가가 없다 보니 한계에 부딪친다. 제도가 만든 한계에 현장 의료진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비단 중증환자 재활치료뿐이겠는가. 수가가 너무 낮게 책정돼 ‘할수록 손해’인 의료행위들도 많다. 검사료와 영상진단 및 방사선치료료를 제외한 나머지 행위는 원가도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안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심장내과, 마취통증의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진료과목은 원가보전율이 100% 미만이어서 급여 진료는 할수록 손해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모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다. 수가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기승전‘수가’냐고 비판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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