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엠디, 의사 1000명 조사 결과
“만족한다” 54%…코로나 때보다 낮아
개원가는 경영난, 봉직의는 퇴사 고민
의대 증원 사태로 의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의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어했으며 ‘악화하는 의료 환경’ 때문에 앞으로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고 봤다. 의사들에게 현재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다.
의사 전용 지식정보 공유 커뮤니티 플랫폼 인터엠디(InterMD)는 의사 회원 1,000명을 대상으로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인터엠디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의사 직업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의사라는 직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53.7%로 지난해보다 10.7%P 떨어졌다. 특히 인터엠디가 의사 직업 만족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 2020년(60.7%)보다도 12.6%P나 낮다.
의사들은 미래도 어둡게 전망했다. 향후 5년 뒤 의사 직업 만족도에 대해 응답자의 71.9%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향후 직업 만족도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은 지난 2022년 48.4%에서 2023년 69.2%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상승했다.
경영난을 걱정하는 개원의는 더 많아졌고 봉직의가 퇴사를 고려하는 비율은 더 높아졌다.
올해 경영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한 개원의는 26.4%뿐이었다. 긍정 응답은 지난해(36.8%)보다 10.4%P 떨어졌다. 반면 경영 상황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33.5%로 지난해(24.9%)보다 8.6%P 늘었다.
이에 개원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인력 감축을 위한 조직 개편을 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19.3%로 지난해보다 5.3%P 상승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 근무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라는 응답도 8.1%로 지난해보다 2.6%P 늘었다. 반면 병원을 확장하겠다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2.4%P 떨어졌다.
퇴사를 생각하는 봉직의는 더 늘었다. 봉직의 중 61.9%는 향후 1~2년 안에 이직이나 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57.1%)보다 4.8%P 상승한 수치다.
번아웃(소진)을 경험한 의사도 다수였다. 응답자의 81.5%는 번아웃 경험이 있다고 했다. 번아웃 원인으로 ‘악화하는 의료 환경’(15.3%)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의정 갈등 장기화(9.3%)도 원인이라고 했다. 그 외 ‘많은 환자 수’(14.8%), ‘야간·공휴일 근무’(12.6%), ‘증가하는 환자들의 요구사항’(10.5%), ‘많은 행정 업무’(9.7%) 등도 번아웃 원인으로 꼽혔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최근 1년간 내원한 환자들이 의사를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4.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62.0%)보다 7.4%P 떨어졌다. 반면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22년 2.4%에서 2023년 5.1%, 2024년 8.0%로 증가세다.
정부가 의료개혁 일환으로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에 대해서는 반대와 조건부 찬성 비율이 비슷했다. 방향성은 동의하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건부 찬성’ 응답은 41.2%였으며 반대한다는 응답은 40.7%였다.
정부가 지난 2월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 공백을 막겠다며 전면 허용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90% 이상이었다. 개원의의 50.8%, 그 외 직역 중 48.7%는 ‘전문 허용을 중단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은 개원의 42.6%, 그 외 직역 42.5%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