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서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 예랑이 6개월여만 퇴원
출생 당시 260g 국내 최소 체중 기록…세계서 14번째로 작아
장윤실 모아치료센터장 “의학의 한계 뛰어넘은 기적"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태어난 예랑이가 건강하게 부모의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갔다. 출생 당시 260g으로 국내에서 최소 체중을 기록한 예랑이는 세계에서 14번째로 작게 태어난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다.
삼성서울병원은 엄마 뱃속에서 25주 5일만에 260g으로 국내에서 가장 작게 태어난 예랑이가 지난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예랑이가 태어난지 198일만이다. 예랑이는 퇴원 당시 3.19kg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결혼 3년 만에 찾아온 예랑이는 임신 21주차부터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심한 자궁내태아발육지연과 임신중독증으로 국내 한 대학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을 전원된 예랑이 엄마는 혈압이 점차 치솟고 복수까지 차오르는 전자간증 증세를 보였다.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치료센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고위험산모팀은 산모의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마그네슘을 투여하는 등 예랑이의 안전한 출산을 준비했다. 그러나 너무나 작은 예랑이의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하기까지 의료진은 고민을 거듭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22년 실시한 1·2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500g 미만 신생아의 생존율은 36.8%에 불과하다. 예랑이처럼 300g 미만으로 태어나면 생존율은 1%에 미치지 못할 만큼 희박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예랑이는 엄마가 입원한지 나흘 만인 4월 22일 태어났다. 울음소리조차 희미했던 예랑이는 집도의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다.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였던 예랑이는 출생 직후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해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의 고강도 치료가 필요했다.
첫 번째 고비는 생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태변으로 장이 막히면서 시작됐다.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작았지만 소아외과와 신생아팀 의료진의 노력으로 조금씩 태변을 꺼내면서 고비를 넘겼다.
태변을 본 예랑이는 몰라보게 호전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기를 떼고 자발호흡을 시작했고 몸무게도 늘기 시작했다. 미숙아에게 흔한 망막증도 매주 망막검사를 진행하며 관리하면서 큰 합병증 없이 무사히 넘겼다.
재활의학과에서는 매일 구강과 운동 재활치료를 하면서 기운도 활달해졌다. 예랑이에게 ‘일원동 호랑이’라는 별명도 이때 붙었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열정도 예랑이의 고군분투에 힘을 불어넣었다. 예랑이의 작은 몸에 필요한 영양과 약물 주입이 가능하도록 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을 확보하고, 고습도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이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 환경 마련에 힘썼다.
임신 합병증으로 엄마의 눈이 잠시 안 보일 때 예랑이에게 먹일 모유 유축을 도운 것도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였다.
예랑이 엄마는 건강 문제로 병원을 다녀가기 어려울 때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의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며 예랑이의 건강을 살폈다. 부모의 정성 덕분에 퇴원 후 첫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지난 11일 가장 작은 아기로 태어난 예랑이는 건강했다.
장윤실 모아집중치료센터장은 “예랑이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아이”라며 “의학적 한계 너머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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