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의견 갈려 "PA 수요 증가"…"올해 채용 인원 적어"
간호법 시행 이후에는 "전담간호사 전환 늘면 신규 채용 확대될 수도"
대형병원에서 신규 간호사 채용이 시작된 것에 대해 의료계에서 간호법 통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꼭 그렇게 볼 순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간호법이 시행되는 내년 6월 이후에는 진료지원(PA) 간호사 합법화의 영향으로 병원의 간호사 채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진료지원 간호사가 늘어난다고 해서 전공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신규 간호사 채용 원서 접수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27일부터 채용을 시작하며, 서울성모병원은 채용 인원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브란스병원는 채용 여부를 검토 중이며, 그 외 수도권 주요 병원들도 올해 신규 간호사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간호법이 통과된 후 전담간호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간호사들이 전담간호사로 전환된 데에 따라 신규 간호사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 간호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채용에 간호법 통과의 영향도 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올해 채용에는 간호법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권 대학병원 간호부 관계자 A씨는 23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간호법 통과로 인한 전담간호사 수요 증가도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의 사직 이후에 전담간호사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며 향후에도 계속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간호법이라는 한 가지 요인만으로 신규 간호사 채용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우리 병원은 병동 통폐합 운영. 간호사 무급휴가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진료량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간호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올해 채용에 간호법 통과의 영향이 미미하는 의견도 나왔다. 올해 채용 인원도 평년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빅5병원' 소속 전담간호사 B씨는 “올해 상반기에 뽑기로 한 인원을 하반기로 미뤄서 뽑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병원은 평년보다 채용하는 인원이 적을 것이라고 들었다”며 “간호법의 영향이 있었다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간호법이 시행되면 간호사 채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엔 의견을 같이했다. 병원이 진료지원 간호사로 전문간호사가 아닌 전담간호사를 적극 활용할 경우 경력간호사 중 일부를 전담간호사로 배치하면서 일반간호사 역할을 할 신규간호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현재 인턴과 전공의가 없는 만큼 진료지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상황 자체는 ‘현재진행형’”이라며 “간호법이 시행되면 진료지원 간호사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게 보장되면서 수요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병원이 진료지원 간호사로 전문간호사를 주로 활용해 전담간호사 인원을 기존으로 유지하면 신규 간호사 채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담간호사를 대폭 활용한다면 경력직 간호사 중 일부가 전담간호사로 전환되면서 신규간호사 채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이 전담간호사를 대폭 늘리면 지방병원의 전담간호사가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래 인력이 적은 지방병원은 더욱 신규 간호사 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경력직이 이동한 자리는 신규 간호사로 채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빅5병원 전담간호사로 활동하는 C씨는 “간호법이 간호사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전담간호사는 전담 업무만 했는데 최근에는 부서 인력이 부족하면 일반간호사 일도 하는 등 유동적으로 일하고 있다"머 "간호법도 그저 기존의 인력에게 일을 더 많이 시키려고 통과된 법이라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 간호사들은 의료계 일각에서 진료지원 간호사가 전공의나 인턴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A씨는 “진료지원 간호사는 전공의 수련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니라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며 “전공의와 인턴의 업무 부담이 줄고 수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진료지원 간호사가 늘어난다고 해서 전공의 인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B씨도 “전공의 사직 전에도 전공의 적은 지방병원에서는 전공의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료지원 간호사를 배치해 위험도가 낮은 일을 분담해 왔다”며 “정부가 전공의 업무 시간을 줄인다고 했는데 업무량이 줄면 그 일을 지원할 사람으로 진료지원 간호사가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C씨는 “지원 인력은 말 그대로 진료를 지원하는 것이지 의사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병원’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는 전문의 중심병원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경험 많은 전공의가 중증환자를 잘 보는 전문의가 되는 것 아닌가. 현장을 좀 보라고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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