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위 청문회 출석해 대통령실 개입 의혹 일축
“사회수석실에 2000명 증원 안건 보정심 직전 올려”
여당 의원들 "대통령 격노에 2000명, 공공연한 비밀"
정부가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이나 증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이를 일축했다. 증원 규모 2,000명은 본인이 결정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26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내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대통령실에는 지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개최 직전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오전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이 밀실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과학적 증원안”이라며 “정부가 2,000명 증원한 의대 정원 집행 정지를 기각한 재판부도 옛날 자료를 붙여선 안 되고 이 숫자가 나오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늘리는 것도 맞지만 ‘총선용 졸속안’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후 복지부 장관이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며 결론을 알고 있는 것처럼 발언을 했다”며 “(보정심 회의에서도) 여러 의원이 일방적 증원에 항의했고 이견을 보였다. 그러나 장관이 기자들이 기다린다며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결국 보정심을 들러리 거수기로 전락시킨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의원은 “한 시간 만에 군사작전 하듯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대통령의 뜻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도 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복지부에서 처음 400~500명 수준을 논의했지만 용산과 협의 과정에서 2,000명까지 확대됐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국민은 심지어 이천공이라는 말까지 하고 대통령 격노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오죽 이해하기 어려우면 이런 소문이 사실처럼 여겨지겠나. 만약 대통령의 격노 때문에 이런 결정이 이뤄졌다면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것이 꼬이고 수많은 전공의와 의사가 범죄자가 됐다. (윤 대통령의) 격노로 의대 증원이 2,000명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국정 운영이 아니다. 장관이 지난 겨울 대통령실에 보고하러 갔다가 사색이 돼 돌아왔다는 말을 복수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잘못된 소문"이라며 이같은 의혹을 모두 일축했다.
조 장관은 “복지부가 어떤 인원을 말하는데 대통령실이 (격노)해서 숫자가 바뀌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고 잘못된 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2,000명 숫자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의정협의체에서 4차례 걸쳐 수급전망 논의를 했었고 이와 별도로 전문가 포럼도 했다. 그럼에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실에는 보정심 올라가기 직전 사회수석실을 통해 2,000명 증원 안건을 올리겠다고 전했다”며 “(사회수석실에는) 증원하겠다가 아니라 증원안을 보정심에서 논의하겠다고 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정심에 참석한 의원 23명 중 4명이 반대했고 19명이 2,000명 증원안에 동의했는데 반대한 4명도 증원 자체에 대해 동의했다”고도 했다.
조 장관은 "(2,000명 증원은) 제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듣고 했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하루빨리 의료 인력 수급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대 교육기간 6년을 감안했을 때 오는 2035년까지 균형을 맞추려면 5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2,000명으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 복지위원장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2,000명이 필요한 숫자였다는 건데 두달 만에 500명 정도를 줄였다"며 "그래서 굉장히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막 정한 숫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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