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이세영 보험이사 “전문의 배정 이야기까지 나와”
가톨릭의대 최병호 교수 “많은 의대생들 어디서 수용?”
政,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 ‘전공의 집단사직’ 무관

한국보건행정학회가 '2024 전기학술대회'에서 개최한 '필수의료 인력공급 혁신 가능한가' 세션에서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간 우려가 쏟아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김한숙 의료정책과장, 가톨릭의대 최병호 교수,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김의혁 교수, 대한의사협회 이세영 보험이사다(ⓒ청년의사).
한국보건행정학회가 '2024 전기학술대회'에서 개최한 '필수의료 인력공급 혁신 가능한가' 세션에서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간 우려가 쏟아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김한숙 의료정책과장, 가톨릭의대 최병호 교수,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김의혁 교수, 대한의사협회 이세영 보험이사다(ⓒ청년의사).

정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의료기관 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의료 현장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따른 재정 확보는 물론 의대 정원 증원과 맞물려 늘어난 전공의 수련 문제를 포함해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보건행정학회가 지난달 31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2024 전기학술대회’에서 ‘필수의료 인력공급 혁신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간 우려가 쏟아졌다.

대한의사협회 이세영 보험이사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전공의들이 너무 말을 안 들으니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자는 말로 들린다”며 “단순히 전공의 힘을 빼고 전문의 위주로 가려고 한다면,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수 있어 쉽게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에서 두경부암 환자를 보는 이 보험이사는 “전국에 두경부암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가 100명 정도인데 상급종합병원은 46곳이니 한 병원 당 2명이 조금 넘는 셈”이라며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된다면 앞으로 두경부암은 상급종합병원 20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보험이사는 “이런 (전문의) 조절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모르겠다. (이비인후과) 학회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이제 전공의 배정이 아닌 전문의 배정을 해야 되는 거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며 “결국 기승전 ‘의료전달체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의대 정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현 의료체계 안에서 의대 졸업생들의 수련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의 중심 병원이 현실에서 잘 돌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은 3차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국민의 ‘의료이용’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최병호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는 방향성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려하는 점은 대부분 의대 졸업자들은 전문의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에 수련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많이 배출된 의대생들을 누가 흡수할지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의료전달체계를 현재보다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낙관적인 예측을 하는 것 같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환자들은 3차 대학병원을 가고 싶어 한다. 이를 정부가 막거나 혹은 인식이 바뀌어 동네 종합병원이나 일차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관행이 생기지 않는 한 (정부) 생각과 다르게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상급종합병원들이) 전문의를 더 많이 뽑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간호 인력도 더 뽑아 덩치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오히려 더 (환자들이) 집중화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이런 부분을 잘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 추진 과정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 교수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 “30~40년을 일해 오며 처음 겪는 일”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이 어느 정도 학회 전문가 등 의견을 취합해 반영되고 커뮤니케이션 되는 과정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열띤 토론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없이 (전문의 중심 병원을 추진하겠다고) 갑자기 떨어져 혼란 상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한의사협회나 대한병원협회에도 정책 기능을 하는 곳들이 있다. 연구소나 국제기관도 있다. 앞으로도 열띤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政,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 ‘전공의 집단사직’ 무관

필수의료 특별 회계 등 재정 확보 위한 노력 강조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이 전공의 집단사직과는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의 의료개혁 과제 중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이 전문의 중심 병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5년의 역사가 의료 보장성 강화의 시대였다. 비용 효과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가성비’ 좋은 의료 시스템을 지향하고 대외적으로는 국민 의료비 경감이 화두에 올랐다”며 “이를 분석해 보면 해당 정책 자체가 병원 시스템을 무너뜨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노동지향적인 구조로 만들었고 다른 대안 없이 병원 인력들이 몸을 갈아 넣어야 유지되니 더 투자해야 하고 부피를 늘려야 하고, 그래서 병상이 커지고 환자는 의료 접근성이 좋아지다 보니 집 앞 병원을 놔두고 더 좋은 병원으로 가게 되면서 결국 의료전달체계와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더 부추겼다고 본다”고 했다.

김 과장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가장 먼저 바라보는 시각은 병원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었다”며 “필수의료에 남아 있지 않으니 남아 있는 사람은 더 고통스럽고 이런 악화일로의 악순환 고리를 계속 돌게 된다. 그런 히스토리를 봤을 때 전공의 이탈 건 때문에 새롭게 불거진 문제로 회자되는 것은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어 “현실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병원을 어떤 식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재건해야 되느냐 문제가 단순히 전공의 하나로 해결 되는 게 아니다”라며 “온갖 문제들을 녹여내야 하는 부분인데 단순히 전공의 이탈 문제 때문에 이것을 면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따른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과장은 “정부가 정책을 하려면 예산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예산을 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복지부에서 지역의료 발전기금과 필수의료 특별 회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 단계에 들어가 있다. 정부가 이번에는 투입하는 비용까지 고려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들 “전공의 근무시간 정상화…전문의 비율 늘려야”

전공의들은 전문의 중심 병원 논의가 전공의 근로시간을 줄여 수련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의 비율을 늘리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구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대전협이 정책 제안 문건으로 처음 제시한 내용히 전문의 중심 병원인데 정책 목표와 개념이 왜곡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전문의 중심 병원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되는 것은 동의하나 실체가 없진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문의 비율을 늘리라는 게 전문의 중심 병원이다. 간호사 지원 인력도 중요하지만 이들만으로 해결은 불가하니 전문의 업무 비율을 더 늘리라는 의미”라며 “정책 목표도 모호하지 않다. 전공의를 착취하지 말고 전공의 근로시간을 줄여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 전 회장은 “전문의 법정 비율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영이 된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전문의를 어떻게 고용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만들 것인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난도 보상만으로는 병원에서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의료현장에서 전문의 인력 확보에 따라 진료지원인력(PA)이나 간호 인력 채용이 늘릴 경우 오히려 전공의 지원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강 전 회장은 “PA를 고용하면 기존 일하던 사람들은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공의 지원율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A 고용으로) 전문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전공의 지원율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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