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1만8천명 더 채용해야 전공의 비율 39→11%
2천명 증원하면 전공의 늘어 전문의 6만명 넘어야
정부가 추진하는 ‘전문의 중심 상급종합병원’이 되려면 빅5병원만해도 인건비로 연간 최소 3조원이 필요하다는 추계가 나왔다.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수련받는 전공의도 늘면 인건비도 연간 7조3,581억원으로 증가한다.
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한송이 교수가 분석한 결과다. 한 교수는 지난 10일 연세의대 교수평의회와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연세의대 윤인배홀에서 개최한 ‘2024년 의정 갈등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빅5병원 전공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11%로 낮추는 데 필요한 전문의 인력과 비용을 추산한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체질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관련 기사: 政 의료개혁 밑그림 나왔다…‘의원’에서도 전공의 수련).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총 47곳이며 23곳이 수도권 소재다.
한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려면 전공의 비율을 미국이나 일본 수준인 11%로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전문의 인력과 비용을 계산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전체 의사 인력에서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10.9%이며 일본 도쿄대병원은 10.2%다. 반면 우리나라 빅5병원은 전공의 비율이 평균 39%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서울대병원은 전체 의사 인력의 46.2%가 전공의이며 세브란스병원은 40.2%, 삼성서울병원 38.0%,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다.
빅5병원 전공의 비율을 11%로 낮추려면 전문의를 7,042명에서 3.6배인 2만5,000명으로 늘려야 한다. 1만7,958명 더 채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의 1인당 월급을 평균 1,000만원으로 책정하면 한 달 인건비는 2,500억원이고 연간 최소 3조원이 필요하다. 이는 전공의가 2,745명일 때다.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되면 채용해야 하는 전문의도, 그에 따른 인건비도 2배 이상 증가한다. 한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으로 전공의도 매년 2,000명씩 증가하고 그 중 절반이 빅5병원으로 온다고 가정했다.
이렇게 되면 4년 뒤 빅5병원 내 전공의는 2,745명에서 6,745명으로 는다. 전공의가 6,745명으로 증가하면 11%라는 비율을 맞추기 위해 전문의 수도 2만5,000명에서 6만1,318명으로 늘려야 한다. 월 평균 전문의 인건비도 2,500억원에서 6,132억원으로 올라가며 연간 인건비로 7조3,581억원이 지출된다.
한 교수는 인건비 지출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건강보험재정이 2024년도부터 1조4,000억원 적자로 돌아서고 2032년도에는 20조원 적자가 예상된다”며 “과연 건강보험료 상승 없이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이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짜 점심은 없다.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은 긍정적이지만 장기 대책 없이 인기에 부합해서 추진하는 정책들은 건강보험료 상승과 의료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만 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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