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장석용 교수 “방향성 동의…병원 체질개선 논의 必”
“양질의 일자리 더해 의료의 질·환자 안전 담보될 수 있어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전공의 노동력에 의존해 온 의료기관 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논의가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지만, 전문의 중심 병원 도입을 위한 정부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연구자조차 실체가 없는 ‘추상적 개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나서 주목된다.
단순히 전공의 의존 문제를 넘어 병원 체질 개선을 위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장석용 교수는 31일 한국보건행정학회가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2024 전기학술대회’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 운영 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 도입을 위한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장 교수는 “정책 목적이 불명확해 도대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의 중심 병원을 하려는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불명확한 데다 다수 정책 대안들이 정부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의료계 학회 등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이 발등의 불이라 장기적으로 논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있는 관계로 의견 조율도 굉장히 어렵다”며 “또 보건의료 안에서도 직역 간 갈등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롭게 전문의나 전공의가 되는 이들은 새로운 세대다. 기성세대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일자리에 대한 개념, 당직은 피하고 싶어 하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전문의 중심 병원 의제가 나오자) 누구나 똑같이 (정부를) 못 믿겠다며 재원 마련이 된 것이냐는 질문들이 나온다는 것”이라며 “도대체 전문의 중심 병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분들과 논의한 결과 아직까지는 실체가 없는 개념적 이상형에 가깝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을 추진하는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공의 의존 문제를 넘어 ‘전공의 없는 병원’이 아닌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와 경영자, 정책적 관점으로 다각도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 교수는 “필수과를 선택하더라도 수련한 것들을 활용할 수 있고, 대학병원 안에서도 중간 단위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여건의 전문의가 많은데 이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제공돼야 하고 궁극적으로 의료 질과 환자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특히 경영자 관점이 중요하다. 전문의를 더 채용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중증질환 수익을 파격적으로 올려주면 전문의 채용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증질환을 보게 되면 간호사와 진료지원인력 채용을 늘려야 하므로 전체 인력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국립대병원만 지정하면 해당 병원만 질 좋은 병원이 되므로 (환자들이) 몰리게 되고 인력 블랙홀 문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일차의료를 파격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증가된 의대 정원이 쏟아져 나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제가 악화될 수 있어 불을 끄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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