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오리온, 총 5487억 투입해 지분 '25.73%' 보유
레고켐 “현 경영진 그대로 유지…신약개발 자금 확보”

오리온 전경. 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오리온 전경. 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바이오산업 진출을 꾀해온 오리온이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등을 개발하고 있는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에 등극해 눈길을 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5일 주식양수도 계약을 통해 창업자 김용주 대표에서 팬 오리온(Pan Orion Corp. Limited)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 오리온은 오리온이 지분 95.15%를 보유한 중국 자회사다.

팬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796만주를 인수하고, 기존 최대주주인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구주 140만주를 추가 매입한다. 이번 계약에 따라 팬 오리온은 총 5,487억원을 투입해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3%를 소유하게 된다.

양사의 합의에 따라 레고켐바이오는 기존 경영진과 운영 시스템을 유지하며, 김용주 대표가 계속해서 회사를 이끌게 된다. 팬 오리온은 향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해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주식양수도 대금은 오는 3월 29일에 일괄 지급될 예정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21년 중장기 성장전략인 VISION 2030을 발표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5개 이상의 후보물질 발굴과 5년 내 최소 5개 이상의 추가 임상단계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최근에는 존슨앤존슨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텍과 Trop2-ADC ‘LCB84’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레고켐바이오는 선급금, 단독개발 권리 행사금, 마일스톤 및 로열티 등 최대 17억 달러(약 2조 2,449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공시 이후 레고켐바이오 김용주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최대주주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대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대표.

김 대표는 “지난 연말 VISION 2030 조기달성 전략을 마련하고,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은 목표인 연간 4~5개 후보물질 발굴, 5년 내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새로운 미래 ADC 선두주자 등극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5년여에 걸쳐 약 1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2,200억원의 자금과 수년 내 예상되는 수천억의 기술이전 수익 외에 추가로 5,000억의 자금 확보가 필요했고, 이 자금 조달을 이번 오리온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레고켐바이오의 독자경영을 존중하면서, 신약 연구개발이 가진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risk, high-return) 속성을 이해하며 2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장기적이며, 우호적인 전략적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협상과정을 통해 오리온이 저희가 찾던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란 확신을 하게 됐다. 제과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며 발 빠른 글로벌시장 진출 등의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 온 오리온 그룹은 바이오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그 대상으로 저희 회사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가 지난 18년 동안 걸어온 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 주었고, 저를 포함한 경영진이 더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데 있어, 한 식구로서 지원하고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리온은 바이오 사업을 3대 신사업으로 꼽은 바 있다. 오리온그룹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2022년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으며, 오리온은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으나 시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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