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시 강경 투쟁"
복지부 “시간 얼마 없다” 의협 압박
대한의사협회 협상단 교체 후 처음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은 "9‧4 의정합의 위반 시 강경 투쟁", 복지부는 "의사 인력 확충 저지는 직역 이기주의" 발언이 나오는 등 양 측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양 측은 의료현안협의체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복지부는 "정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의협에 진정성 있는 협상을 주문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15일 오후 비즈허즈 서울센터에서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했다. 의협의 협상단 교체 후 처음 열린 협의체다.
9‧4 의정합의 정신 위반하면 강도 높은 투쟁
협의체 새 단장이 된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양동호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9‧4 의장합의 정신을 위반한다면 2020년보다 더 강도높은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의장은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적정한 의사 인력을 따져야 할 것이고 미래의료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필요한 인력에 대한 과학적인 수집체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의대 정원 수요조사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하다”며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각 대학들과 부속병원, 지역 정치인,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의 이해관계가 얽혀 발표되는 수요조사는 현실을 왜곡하고 목적에 따라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장은 “현재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수요조사는 고양이에게 얼마나 많은 생선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단편적이고 편향된 수요조사가 그동안 정부에서 약속하고 주장해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무너져가는 필수‧지역의료 확대는 의대 정원 확대같은 불확실한 대책으로 결코 이뤄낼 수 없다”며 “필수‧지역의료가 외면받는 궁극적인 원인을 제대로 깨닫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의장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는 방안은 간단하다. (의료사고 등) 위험부담이 큰 제도를 개선하면 몇년 안에 필수의료로 의사들이 몰릴 것이고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숲에 불이 붙었는데 한그루나무를 심자고 하지 말고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살인적인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의료사고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해 의사들이 마음놓고 진료에 임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면 의료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 의장은 의료현안협의체가 9‧4 의정합의를 어긴다면 강도높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도 했다.
양 의장은 “만약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정신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한다면 우리 의료계도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미리 알려드린다”고 경고했다.
의료계,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전향적 모습 보이길
양 의장에 이어 모두발언에 나선 복지부 정경심 보건의료정책관도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다수 기관의 의사인력수급체계를 의료계가 부인해 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정 정책관은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의협은 국민의 기대, 의료 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인식으로 전세계 국가와 학계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OECD 통계를 외면해 왔다”며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방식으로 연구한 다수 연구기관의 의사인력 수급 추계를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부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의사인력 절대 부족을 이유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히 외국과 비교나 통계때문이 아니다”라며 “지난 10일 복지부는 전국 35개 지방의료원과 필수의료에 대해 논의했는데, 필수과 진료 재개를 위해 의사 인력 확충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호소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정 정책관은 “이달 8일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병원계 관계자들도 의사 수 부족이 비수도권 필수과에 한정하지 않고 수도권을 비롯한 전체의 문제라는 이야기도 했다”며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 정책관은 “(의료계가) 현장과 지역 요구를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고 국민 요구를 등안시해 의사 인력 확충을 막는다면 직역 이기주의라는 국민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 정책관은 “의협은 의사 수 확대로 의료비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의사 수 확대를 통해) 응급실 전전, 소아과 오픈런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런 의료비는 다아연히 정부가 지출해야하는 마땅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 대표단 쇄신을 계기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협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절실히 요청드린다”며 “의협이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대승적 차원에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증원 규모를 제시하고, 미래의사들이 필수‧지역의료 현장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보건의료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할 정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실망과 불신으로 바뀌지 않도록 의협도 전향적인 변화와 협력의 모습을 보여주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18차 회의에서 '적정 보상' 등 논의
한편, 이날 회의에 복지부는 정 정책관 외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 임강섭 간호정책과장,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이 참석했다. 의협에서는 2기 협상단인 양 의장과 이승주 이승주 충청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참석했다.
17차 회의는 의협 협상단 개편 후 처음 열린 회의로, 복지부와 의협은 협의체 운영 방향을 재확인하고 의료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지역‧필수의료 혁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상호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앞으로 논의할 회차별 중점과제를 선정했으며 정해진 주제에 따라 지역‧필수의료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의협은 과학적‧객관적 데이터에 입각한 논의와 실질적인 필수‧지역의료 유입방안이 선행되면 의대 정원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위험‧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음번 회의에서는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적정 보상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18차 회의는 오는 22일 오후 개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