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 ‘분만실 폐쇄’ 고민…“파격적 대책 필요”
임산부 초음파 급여기준 확대 등 산부인과 급여 항목 확대 요구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10억원대 배상 판결이 이어지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기피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분만실 유지를 위한 수가 신설 등 정부의 파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한도인 3,000만원을 현실에 맞도록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0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분만사고 소송에서 손해배상 금액이 과거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원인으로 최저임금 상승과 기대여명 증가로 인한 개호비용(간호·간병비용)이 꼽힌다”며 “2030년대 들어서면 총 배상액이 20억원이 되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분만을 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막대한 개호비용을 감안하면 3,000만원이라는 (보상한도) 금액은 턱 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면서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 제도를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유과실 판결 금액이라 할지라도 이같은 의료행위는 공공의료 영역으로 보고 판결 금액의 80%를 국가가 책임지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파격적인 분만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다면 산부인과 전공의는 사라지고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분만 수가에 무과실 분만사고 등 위험도 상대 가치를 반영한 수가 현실화를 촉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가 제시한 분만 수가 인상안은 400%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가시적인 정책 결정이 없을 경우 ‘분만실 폐쇄’ 등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기철 부회장은 “쌍꺼풀 수술은 30분 정도 걸리는데 분만 하려면 24시간이 걸린다. 분만 대기실도 있어야 하고 매달려 있는 인력도 있다. 하루 이틀 해서 1건 받는데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쌍꺼풀 수술 수가보다 (분만 수가가) 못하다”며 “행위만 인정되고 분만 과정에 대한 노력의 대가는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출생아 수 감소는 분만 병원 당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져 정부가 제시한 분만 수가 300% 인상만으로는 크게 도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최소한 분만비가 400% 인상돼 월 200만원 이상은 돼야 최소 분만 월 10건 만으로도 분만실을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분만실 유지를 위한 신설 수가 등 체계적인 분만 인프라 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올해 안에 가시적인 정부 정책이 없다면 분만 현장의 의사들과 함께 전국적인 산부인과 분만실 폐쇄를 포함한 중대한 결정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더 이상 선택할 게 없다. 분만 현장을 모두 떠나는 길이 유일한 살길”이라고도 했다.
임산부 초음파 급여기준 확대 등 산부인과 급여 항목 확대 강조
더불어 산부인과 급여 항목 확대를 통한 개원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임산부 초음파 급여기준 확대, 골반수지 검사, 자궁경부암검사 검체 채취료 등의 수가 신설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신생아 3명 중 1명이 유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유산율이 임신 초기에 발생하는데 임산부가 태아 건강만 확인해도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태아 건강 확인을 위한 임산부 산전 초음파 급여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초음파 급여 관련 예산이 산모가 줄어드는 바람에 (초기 예산보다) 사용 액수가 적어졌다”며 “정부의 걱정은 남용이지만 출산율이 감소하면 초음파 급여로 투입되는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급여기준 확대로) 산모나 의사들에게 스트레스 없이 좋은 진료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보험수가가 만들어지길 기대하는데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의사협회 등과 논의해 골반수지 검사 급여 관련한 논의도 어느 정도 진행이 많이 된 상태”라며 “올해 골반수지 검사가 신설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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