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병리-진단검사의학 분리 적용 합의안 도출
정부 협상 착수…중장기적 제도 개선 고민해야
내과醫 비대면진료 전면화 반대…"안전 우선"
검체검사 수탁 과정에서 검사료 할인율을 규제한 정부 수탁검사 시행령에 대한 의료계 합의안이 나왔다. 저수가에서 비롯한 위·수탁체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SC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합의안 마련 과정과 그 내용을 설명하고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이번 의료계 합의안은 21개 진료과와 병리과, 대한진단검사의학과개원의사회가 모두 참여해 마련됐다.
의료계 합의안에서는 우선 조직 병리 검사와 진단검사의학 분야를 분리했다. 조직 병리 검사는 정부 고시안을 따르고 진단검사의학 분야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검체검사수탁인증관리위원회에 개원가 대표를 추가하고 '할인율' 용어 교체도 건의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진단검사의학 분야는 임상의사의 해석과 판단이 작용한다. 작은 수치 변화도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수없이 고민한다. 반면 조직 병리 검사는 병리과 전문의의 판독이 절대적이다. 두 분야가 이렇게 다르니 분리해 적용하자는 안에 의료계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진통 끝에 의료계 합의안이 나왔지만 정부와 협상은 이제 시작이다. 복지부는 의료계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고시 시행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였지만 합의안까지 전부 수용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박 회장은 "처음 수탁검사 시행령 문제가 불거졌을 때 책임 소재를 두고 말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고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의료계가 힘을 합쳐 함께 나아가야 한다"면서 "의정협의체도 열렸고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고시 대응을 넘어 검체검사 위·수탁 변화를 반영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빈 보험정책단장은 "검사행위료를 처음 책정할 때는 모든 검사 과정이 한 기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행위를 일일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수탁기관과 위탁기관이 나뉘고 과정이 세분화된 만큼 일률적으로 정산할 수만은 없다"면서 "위·수탁체제를 관리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일 보험이사는 "지금 의료계 합의안은 당장 복지부 고시에서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안이다. 수가부터 시작해 앞으로 체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대한 (중장기)방안도 마련했다. 인증위원회를 통하거나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비대면진료 전면 도입 "원칙적 반대" 재확인…안전성 확인이 우선
비대면진료 전면 도입에 원칙적 반대 입장도 다시 확인했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격오지 등 의료취약지 대상 시범사업으로 환자 안전은 점검하고 제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와 의협이 이미 비대면진료 제도화 기준을 합의했다는 지난 9일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여전히 양쪽이 세부 내용을 두고 논의 단계라는 것이다.
내과의사회 원격의료TFT 이정용 위원장은 "복지부와 비대면진료 제도화(기준)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내과의사회가 의협에 항의 의견서를 보냈다.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시범사업으로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면서 의료를 산업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면서 "(현재 비대면진료 추진 방향은)국민건강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여진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다시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산간벽지나 교도소 등 (의료접근성이) 제한된 곳에서 비대면진료까지 반대하지 않는다. 우선 재진을 원칙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이런 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책임 소재와 안전성을 확보하길 바란다"고 했다.
하반기 만관제 본사업 전환 앞두고 '허들 낮추기' 막판 조율
올해 본사업 전환 예정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도를 두고 정부와 세부사항도 조율 중이다. 내과의사회는 본인부담금은 20%선으로 하되 분리청구 방식을 도입해 65세 이상 고령층 부담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시간도 8시간에 보수교육을 격년 4시간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쟁점은 '스마트케어코디네이터'와 '케어코디네이터' 사업이다. 정부는 간호사와 영양사 역할 확대로 제도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간호법 문제로 직역 갈등이 고조돼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박 회장은 본사업 시행 자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이미 시범사업에서 의료 지표 개선은 물론 의료비 지출 감소라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과를 불문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정부는 새로운 개선안을 토대로 6개월 시범사업을 거쳐 본사업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모든 의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추고 제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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