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고시 제정안, 할인율 따라 벌점 부여…12주까지 검사 금지
'저수가' 때문에 생긴 관행…의료계 "근본 문제 고쳐라" 반발
정부가 수탁검사 시행령을 내놓고 수탁검사기관이 위탁의료기관에 제시하는 할인율에 벌점을 부과하기로 하자 의료계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검체검사로 받는 위탁검사관리료 외에 할인율에 따라 수탁검사기관의 검사료를 추가로 받아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8일 개정한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여기에 검체검사 수탁인증 관련 세부평가기준을 두고 평가 항목에 따라 평가점수를 책정했다. 기준 제정안은 아직 시행되지는 않았다.
세부평가 기준에는 수탁기관이 위탁의료기관에 제시하는 할인율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수탁기관 할인율에 따라 최고 5점까지 펑가점수를 부여했다. 사실상 벌점이다. 할인율이 15% 미만이어도 위반 점수 1점을 받게 된다.
세부평가 총점에 따라 검체질 가산 제외부터 수탁인증취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누적 점수가 8점을 넘으면 수탁인증이 4주간 취소되고 이 기간 수탁검사가 금지된다. 심의를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최대 12주까지 검사를 할 수 없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그간 위탁의료기관은 수탁검사기관과 계약하면서 할인을 받는 게 관행이었다. 검체검사로 위탁의료기관이 받는 위탁검사관리료에 더해 수탁검사기관에 지급되는 검사료 일부도 나눠 받았다. 할인율로 수탁검사기관이 위탁의료기관에 건네는 몫을 정했다. 고시가 시행되면 할인을 통한 검사료 분할은 어려워진다.
이 같은 관행이 자리잡은 배경에는 '저수가'가 있다. 위탁의료기관이 받는 위탁관리료는 수탁검사기관의 검사료 10% 수준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16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검체 채취와 보관은 물론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면서 위탁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비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했다. 검체검사를 할수록 "위탁의료기관은 손해보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무조건 규제를 가하는 대신 근본적으로 비현실적인 수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탁검사기관 사이 경쟁으로 '시장가'가 형성된 상황에서 정부가 위탁의료기관과 수탁검사기관이 맺은 사적 계약까지 무리하게 개입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내과의사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계속 논의 중이다. 결정된 사안이 있으면 추후 공지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내부적인 조율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복지부 고시안부터 나온 점이 아쉽다"고 했다. 개원가 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애초에 정상 수가였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고시가 시행되면)수탁기관과 위탁의료기관 모두 피해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