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유죄→무죄로 바뀐 판결
해당 한의원 공개한 초음파 검사 결과 모두 부정확
산부인과학회 검토 결과 “검사방법, 진단 모두 틀렸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대법원 판결로 논란이 된 사건 당사자인 한의사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이 초음파 사진을 근거로 치료사례로 소개한 35건을 검토한 결과를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대법원 판결로 논란이 된 사건 당사자인 한의사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이 초음파 사진을 근거로 치료사례로 소개한 35건을 검토한 결과를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의학계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우려하는 이유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받은 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이 사건의 한의사 A씨는 환자 1명을 2년여 동안 68회나 초음파 검사했지만 자궁내막암 2기를 진단하지 못했다. 이 환자뿐이 아니다.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종, 자궁내막염, 난소낭종 등을 치료한 사례를 공개하며 사례마다 그 증거로 초음파 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검토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초음파 사진과 한의사가 내린 추정 진단이 일치하지 않고 매번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는 등 검사 자체가 부정확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가 A씨 운영 한의원에서 치료사례라고 제시한 35건에 대해 산부인과학회에 의학 자문을 의뢰한 결과, 35건 모두 문제가 있었다. 그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산부인과학회 의견: 자궁내막 두께는 월경주기를 따라 심한 변화가 일어나며 자궁내막증식증은 조직학적으로 진단이 되는 질병이다. 조직학적 진단도 없이 생리주기별 변이가 매우 심한 자궁내막을 측정해 그 두께가 1.46cm에서 1.07cm로 감소했다고 자궁내막증식증이 치료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산부인과학회 의견: 제시된 초음파 사진에서 자궁두께는 어떻게 측정한 것인지, 6.53cm와 3.78cm로 측정된 부위와 측정 면이 동일한지, 그 측정값의 정상범위가 어떤지가 불분명하며 장막하근종이라고 표기된 부분도 통상 자궁근종 초음파 반향성과는 차이가 있어 근종 진단이 불분명하다. 자궁근종이라고 해도 통상적으로 3.94cm 장막하 근종이 부정출혈이나 출혈과다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이번 증례 경우처럼 몸이 부을 정도의 출혈과다가 있다면 자궁선근증과 같은 원인에 대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나 그러한 근거자료가 부족하다.

산부인과학회 의견: 제시된 초음파사진으로는 종물의 성상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종물의 외곽선을 인위적으로 진하게 표기해서 정확한 종물의 크기와 변화의 평가도 불가능해 보인다. 특히 7월 실시한 초음파의 경우 임의로 그어놓은 원 밖으로도 근종으로 주장하는 종괴의 경계가 나와 있어 실제 종물의 크기는 증례에서 주장하는 9.97×7.34cm 보다 클 것이다. 근종의 크기가 감소됐다고 주장하는 데에 있어 이 사진을 객관적 근거 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산부인과학회 의견: 8.36cm 자궁선근증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크기 변화가 동일한 부위, 동일한 측정 면에서 측정됐는지 불분명하다. 실제 5월과 6월 초음파에서는 방광이 관찰되지 않으나 8월 초음파에서는 방광을 통과해 검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로 인한 초음파 검사의 오차도 있다. 5월과 6월에는 관찰되지 않다가 8월에 관찰된 것으로 미뤄 동일하게 측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자궁선근증이 8.36cm에서 5.58cm로 감소했다고 치료 사례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산부인과학회 의견: 제시된 초음파사진으로는 종물의 성상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종물의 외곽선을 인위적으로 진하게 표기해서 정확한 종물의 크기와 변화의 평가도 불가능해 보인다. 종물의 크기가 직경 6.51×5.31cm에서 6.13×3.50cm로 감소된 것을 치료가 된 사례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59% 감소는 과장된 표현으로 보인다.


이처럼 치료사례 35건의 초음파 사진 등을 검토한 산부인과학회는 “일부 제시된 증례에서 진단명과 제시된 초음파 사진 간 추정 진단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들이 관찰되고 있어 초음파에 대한 해석이 잘못 내려졌을 개연성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치료 전후 난소낭종이나 자궁근종을 포함한 골반종괴 등의 크기 변화를 근거로 환자 치료 결과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낭종이나 근종 등의 모양은 정확한 원 형태를 띠는 게 아니기 때문에 초음파를 찍는 각도에 따라 같은 크기라도 서로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며 “복부초음파 검사인지 질 초음파 검사인지에 따라서도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치료 전후 낭종이나 근종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비교하려면 같은 위치에서 같은 방법으로 측정해야 하지만 해당 한의원에 올라온 치료사례는 그렇지 않았다. 산부인과학회는 “일부 증례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매우 주관적으로 검사가 시행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검사 방법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골반 내 장기를 정확하게 보려면 경질 초음파 혹은 경직장 초음파를 실시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경복부 초음파를 해야 하면 방광을 충분히 채운 이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한 검사 방법”이라며 “그러나 제시된 모든 사진이 경복부 초음파로 산부인과에서는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며 이 방법으로는 혹의 성상이나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방광도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후 검사가 이뤄진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재판 과정에 제출했지만 대법원 판결에 산부인과학회 자문 결과는 반영되지 못했다. 대법원은 지난 12월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며 해당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러면서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게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산부인과학회에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공개한 초음파 진단 사례가 순 엉터리라는 것을 확인해 줬지만 대법원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며 “2심 재판부가 초음파 오진 위험성을 판결문에 명시했지만 이마저도 무시당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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