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정책 변화를 예측 모델이 못 따라잡아"
확산세 곧 멈추지만…급격한 '방역 완화' 정책 피해 커질 수 있어

예측을 뛰어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완화를 준비하던 정부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정부가 섣부른 정책 변경 대신 균형 잡힌 방역 정책을 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62만1,328명이다. 40만명을 돌파한 지 하루만이다. 사망자도 429명으로 늘면서 누적 사망자는 1만1,481명을 기록했다. 3월에만 3,424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3명 중 한 명이 이번 달 사망한 셈이다.

앞서 정부는 16일부터 22일 사이 하루 평균 31만~37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정점을 지나 하락세에 접어든다고 보고 방역 완화를 시사해왔다.

그러나 확진자 규모가 정부 예상치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지면서 방역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지난 17일 SNS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유행상황을 설명하면서, 예측 모델이 정부 방역 정책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간극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예측 모형은 정책을 수정하고 일정 기간 관찰한 후 예측치를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예측치가 제시된 후 정책이 변경되는 형태다. 예측치가 발표되는 순간 이미 과거의 모형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어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정책적 변화가 단시간 내 반영된다”며 “2월 이후로 정책적 변화가 많았다. 예측 모형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지난 17일 SNS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예측 모델을 설명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지난 17일 SNS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유행상황에서 예측 모델을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의원급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주 2회 검사를 시행하는 등 정책을 변경하면서 확진자 검출률이 높아지고 그 규모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변이 확산도 앞으로 유행 정점과 시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대규모 감염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획득으로 이어지는 만큼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 교수는 "진단검사를 잘해도 전체 감염자 중 약 절반 정도만 확진 판정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하루 확진자 50만명은 감염자 100만명 정도가 발생한다는 의미"라면서 "하루에 전 국민 2%가 (감염을 통한) 면역을 획득하는 수순이다. 일주일이면 14%가 추가적인 면역을 획득한다. 유행 감소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방역 완화'에 초점을 맞춰 다시 급격한 정책 변화가 일어나면 확산세가 계속돼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의료체계 여건을 고려하면서 방역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지금의 정책적 결정이 이미 높아진 정점을 더 올리고 단기적으로 중환자 증가에 영향을 주면 인명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정책적 변화를 최소화해 정점을 낮추고 시기를 뒤로 미루는 '곡선 평탄화 전략'이 방역 상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의료체계가 (이런 상황을) 감당 가능한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의 어려움도 느껴진다“며 ”팬데믹은 사회경제적 피해와 인명 피해 사이에 하나는 늘리고 하나는 줄이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만든다. 그 중간 지점에서 피해 전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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