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항소심에서도 설명의무‧주의의무 위반 인정

코 지방이식술을 받은 환자가 의사 부주의로 시력을 잃은 데 대해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의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와 C보험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와 C보험사가 A씨에게 9,923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양 측이 청구한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6월 29일 B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 의원에 내원해 코 지방이식술과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같은 해 9월 경 시행된 두 번째 코 지방이식술 직후 발생했다. A씨가 왼쪽 눈 마비 증상을 호소한 것이다.

B씨는 즉시 안구마사지를 시행하고 A씨를 Y대학병원으로 전원했는데 CT와 MRI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은 없었으나, Y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안동맥 폐색 진단을 내렸다.

A씨는 전원된 병원에서 안동맥에 주입된 지방을 녹이는 치료를 받았지만,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왼쪽 눈을 실명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코 지방이식술 과정에서 주사를 깊이 주입해 시력을 잃게 됐고, 코 지방이식술로 인한 실명 가능성이나 후유증,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며 1억6,903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B씨가 코 지방이식술을 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 A씨에게 9,923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또 B씨와 ‘의사 및 병원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C보험사에는 B씨가 배상해야 할 9,923만원 중 4,800만원을 B씨와 연대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안면혈관의 분지들이 코주변을 지나며 외비동맥, 각동맥을 형성하는데 이 동맥에 지방조직이 유입되면 색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사건 시술 직후 A씨에게 발생한 증상을 볼 때 B씨가 주입한 자가지방이 눈동맥 분지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B씨가 시술 과정에서 지방색전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이 같은 과실이 A씨의 실명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설명의무와 관련해선 “지방이 혈관 내 주입되는 경우 혈관 폐쇄와 시력상실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사는 시술 전 환자에게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을 설명하고 강조해야 하는데 B씨가 A씨로부터 받은 수술승낙서에는 일반적 미용성형수술에서 발생하는 부종, 감염, 혈종 등의 부작용만 있을 뿐 지방이식술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B씨가 시술을 함에 있어 지방이식술과 관련한 부작용을 적극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 측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지만 항소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항소법원은 C보험사가 B씨와 연대해 배상할 4,800만원을 4,320만원으로 감경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B씨가 ‘지방색전은 시술자가 아무리 주의하고 회피하려고 해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B씨의 책임”이라며 “하지만 B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번 사고가 불가항력적 사고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C보험사가 배상할 금액과 관련해선 “B씨와 C보험사가 체결한 보험 계약에 따르면 C보험사의 책임 범위는 보상한도금 5,000만원에서 자기부담금 200만원을 공제하고 피보험자 분담비율 10%를 추가로 공제한 4,320만원이 타당하다”면서 “이를 초과한 1심 법원 판결은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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