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공의료 공약에 대공협 "이송·전달 체계 개선" 강조
"이대로면 공보의제도 유지 어렵다" 복무 단축, 처우 개선 호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보의 제도 존속과 공공의료 관련 입장을 밝혔다(ⓒ청년의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보의 제도 존속과 공공의료 관련 입장을 밝혔다(ⓒ청년의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의 공공의료 강화 공약에 환자 이송체계와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22일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 공약에 대해 "의료 공공성 확대에는 일정 부분 찬성한다"면서도 의료기관 설립 대신 "다른 선택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공의료기관 설립 예산을 "닥터헬기 확충이나 도서 지역 환자용 선박 투입에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왜 무너지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 회장은 "공공병원을 아예 설립해선 안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한번 세운 시설은 (역할을 다하거나 수요가 줄어도) 되돌리기 어렵다. 지난 2013년 문 연 진안군의료원은 설립 초기에 비해 중증 질환 입원 환자가 줄면서 병동을 크게 축소해야 했다"고 했다.

'의료 공백'을 이유로 공공의료 확충을 강조할 때 중증·응급 진료에 초점을 맞춰 환자 이송체계와 의료전달체계 문제까지 다뤄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 시선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일차의료 수준에서 의료 공백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의료 공백 문제가 불거지는 지점은 대개 중증·응급 상황에서 2·3차 의료기관에 적시에 도달하기 어려울 때다. 이를 뒤집어보면 2·3차 의료기관을 의료취약지에 설립해도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환자가 적으니 적자로 의료기관 유지가 어려워지고 의료진은 술기를 갈고닦지 못한다"며 "필수의료 분야를 지망하고 전문으로 삼는 의사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내 진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를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리려면 내 실력도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진료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고 환자와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지역 거점 의료기관 지정을 확대하고 거점 병원으로 가는 이송 체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내가 사는 지역에서 최종 치료가 가능한 데도 관외로 나가는 환자 흐름도 제어돼야 한다. 의료 전달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보의가 제도 설립 취지를 살려 "정말 의료취약지 주민을 지키며 진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의료 공백을 거론하면서 지역 의료인 정주 여건 조성은 소홀히 하고 공보의 처우 개선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럴수록 공보의 제도는 빠르게 붕괴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전국 107개 지방자치단체 중 85%가 공보의를 대체할 민간 의사 채용 예산이 전혀 없다. 민간 의사를 고용하면 (공보의 배치에 비해) 돈은 더 많이 들고 공보의 배치에 불이익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전국 1,228개 보건지소 64.4%는 일평균 환자가 5명 이하다. 일평균 환자가 3명 이하인 보건지소 비율도 42.7%다. 13.8%는 아예 일평균 환자 수가 1명 이하"라며 "그런데도 의사가 없다, 공보의가 부족하다며 '의료 공백', '지역의료 공백'이라고 한다"고 성토했다.

이제는 지자체가 지역 의료에 "책임을 느끼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충남 논산시와 부여군이 보건지소와 보건지소에 민간 의사 채용을 시작했고 전남 영암군은 민간 의료기관·약국 간 거리, 환자 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건지소 운영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공보의 처우와 제도 개선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지자체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지자체를 압박해 '최선이 아닌 최저'에 맞추려 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했다. "진료장려금 10만원을 올리기를 아까워하고 파견 진료라며 끌고 가고 운영 지침을 날치기로 개정"하는 한 "공보의를 택할 사람은 없다"고 했다.

복무 기간 단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공보의 제도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처우 개선도 더딘 상황에서 18개월 현역 복무 대신 37개월 공보의·군의관 지원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공협은 공보의·군의관 복무 희망자가 지난해 7월 기준 29.5% 수준이었다면서 앞으로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의대생이 7,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대공협 설문 조사에서 의대생 94.7%가 공보의 복무 기간이 24개월로 단축하면 지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면서 "즉 복무 기간을 단축하면 의대생 94.7%가 (공보의 제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어딘가에는 심정지 환자와 함께 거센 파도를 헤치고 바다를 건너는 공보의, 1년 내내 밤새워 응급실을 지키는 공보의, 눈 쌓인 마을에 남길 선택하는 공보의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공보의가 의료취약지를 지킬 수 있도록 이제라도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아달라"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