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
"제도 효율화 미룬 정부와 지자체가 만들어낸 '멸망'"
무의촌 진료 취지 살려야…"복무 단축·처우 개선 必"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이제라도 공보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이제라도 공보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아무도 공중보건의사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대생 1,537명이 현역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올해 4월에는 공보의 512명이 전역한다. 반면 신규 공보의는 지난해보다 61% 감소한 250명이다. 그 수는 "내년에는 200명, 내후년은 150명, 3년 뒤에는 100명이 된다. 공보의 제도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대공협 이성환 회장)".

지난 25일 제38대에 이어 제39대 대공협 회장으로 연임한 이성환 회장이 취임사에서조차 "마침내 아무도 공보의나 군의관으로 복무를 이야기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면서 "공보의의 멸망"을 입에 올릴 수밖에 없던 이유다. "비효율로 점철된 지역의료, 대공협의 호소에 침묵한 정부" 그리고 "아무 대책 없이 공보의에 의지한 지자체"가 함께 만든 결과다.

대공협이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도 보건지소 의과 진료 실적'에 따르면 전국 1,228개 보건지소 64.4%(791개소)는 하루 평균 환자가 5명 이하였다. 42.7%(524개소)는 3명 이하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환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보건지소도 13.8%(170개소)다.

공보의들은 이런 보건지소 상당수가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 관계"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대공협 자체조사에서 2022년 하반기 기준 반경 1km 이내 의원이나 병원급 민간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곳이 41.3%(526개소)였다. 반경 4km까지 확대하면 64.2%(819개소)다.

지난 2024년 대공협 조사에서 공보의 57.8%가 '보건의료기관 배치가 타당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 이유로 절반이 넘는 54.2%가 '민간의료기관과 기능 중복'을 지목했다. 공보의 67.3%는 '민간의료기관 주변은 공보의를 배치하지 않거나 배치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취임식 후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은 "보건지소가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 구도를 취하게 된 상황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의촌' 진료라는 공보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

이 회장은 "이런 곳에 무리하게 공보의를 두고 순회진료를 하니 정작 무의촌은 의료 공백이 커진다. 도심이라도 노숙자, 쪽방촌 거주민처럼 기본적인 일차 진료 서비스가 절실한 계층이 존재한다. 공공이 개입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곳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여론이나 민원을 들어 보건의료기관 효율화를 미루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무의촌이나 도서 지역에서 근무한 공보의는 지역의료에 대한 관심도 높고 제대 이후 지역의료 분야 종사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전부터 지역의료에 관심을 가졌다가 공보의 근무를 통해 확신을 얻는 의사도 많다"면서 "공보의가 '정말 공보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지속가능한 지역의료 체계를 만드는 길"이라고 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이번 의료사태 등 최근에도 공보의 파견 문제가 반복됐다. 공보의 운영지침 개정 등으로 방지할 수는 없을까.

단순히 지침 개정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현행 최장 6개월인 파견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고 수당 관련 조항을 손 본다면 문제 해결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대공협 핵심 현안이 복무 기간 단축이다. 하지만 '공보의 인력난'이 대두되면서 복무 기간을 더 줄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런 논리로 복무 기간을 단축하지 않으면 공보의나 군의관 기피만 더 심해진다. 지난 해 현역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한 의대생이 1,537명이다. 전년도 대비 570% 늘어난 수치다. 지난 해가 특수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흐름 자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 그런데도 정부가 더 이상 복무 단축이 어렵다고 한다면 차선책이 있을까?

복무 단축이 어렵다면 처우라도 개선해야 한다. 학군사관후보생(ROTC)이나 부사관, 장교급에서 처우 개선이 지원율 향상과 직결됐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지금은 지자체가 연간 공보의 1명에 투자하는 예산이 1,000만원 수준이다. 처우는 좋지 못하고 업무 부담은 무겁다. 민간 의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공보의에게 투입되는 지원이 '압도적으로' 향상돼야 한다.

제도 유연화도 방법이다. 공보의 복무 기간 3년 중 1년은 인턴 근무 경력으로 인정하거나 수련병원에서 파견 근무하고 전공의 수련 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다.

- 정부는 공보의가 '공보의 시대의 끝'을 말할 지경으로 사태를 끌고오면서도 여전히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사를 늘리면 지역·필수·공공의료가 모두 해결된다는 태도다.

설령 의사를 2만명, 3만명 늘려도 섬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모든 섬에 의사가 존재하기도 어렵다. 스스로 공보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우리에게 공보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도 전국 각지 의료취약지에서 공보의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모쪼록 공보의 제도 개선 논의가 무의미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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