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암 검진 비용 환수 처분 취소 청구 기각
개원가 "황당…정지 풀릴 때까지 환자 기다리란 거냐"

의사가 면허 정지 기간 중 환자에게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하면 검진 비용을 환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의사가 면허 정지 기간 중 환자에게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하면 검진 비용을 환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의사가 면허 정지 기간 중 환자에게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하면 검진 비용을 환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검사 판독 결과를 보고 의사가 검진 결과지를 작성해 통보하는 것도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의료계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반발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최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건강검진비용 환수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공단은 지난 2023년 7월 B 의원의 자궁경부암 건강검진 비용 총 17만8,300원을 환수 처분했다. 운영자인 A씨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기간에 검진 결과를 환자에게 통보했다는 이유다.

A씨는 지난 2022년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 동안 환자 10명을 진찰하고 자궁경부세포를 채취해 D 법인에 검사를 위탁했다. 그 후 판독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해 9월 1일부터 3일까지 자궁경부암 검진 결과 기록지를 작성한 뒤 환자들에게 통보했다. 문제는 A씨가 9월부터 3개월 면허정지였다는 점이다. 이에 공단은 B 의원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검진 비용을 환수했다. 면허 정지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기간"에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검진비용을 청구했으므로 검진기관 지정 기준을 위반했다"고 했다.

반면 A씨 자신은 검진의로서 "D 법인 병리과 전문의의 판독 결과를 (스스로) 판정할 여지가 전혀 없다"면서 "병리과 전문의가 작성한 TBS 검진 판독 결과를 그대로 옮겨 적어 통보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 건강검진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A씨는 "자궁경부암 검진은 검체 채취와 검사 판독 2단계로 구성된다. 판독 결과가 나오면 검진이 완료된다. 검진이 완료된 후 결과 기록지와 통보서를 작성해 환자들에게 통보했을 뿐"이라면서 "검진 완료 후 후속절차로서 부수적인 사무 집행에 불과한데 이를 의료행위라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단 손을 들어줬다. 검진 결과서 작성과 통보도 "건강검진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A씨가 작성한 검진 결과 기록지를 보더라도 '검사 결과'와 자궁경부암 '판정 및 권고'가 명확히 구분된다. '판정 및 권고'는 판정의사가 검사 결과, 의료 지식 등을 바탕으로 행하는 별도의 의료행위다. 병리과 전문의 의견에 구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공단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은 공익성이 강하고 재정 건전성 도모와 운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보험급여비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할 공익적 필요가 매우 크다"며 "A씨가 입는 불이익은 본인 잘못 때문에 발생했다. 앞서 살핀 공익상 필요성보다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그 외 전액 환수가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검체 채취일로부터 검진 결과 작성과 통보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면허정지 기간 직전까지 환자를 진찰하고 검진을 했다. 그 귀책이 상당하다"고 환수 처분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개원가 "황당…환자는 의사 면허 정지 풀릴 때까지 기다리란 거냐"

판결을 접한 개원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의료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부당하다"면서 "사법부와 공단은 의료 현실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고 했다.

법원 판단과 달리 "이미 시행한" 검진의 결과 통보는 "행정 절차에 가깝다"고 했다. 이를 문제 삼는다면 "해당 환자는 의사 면허 정지가 풀릴 때까지 결과도 모른 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냐"고 했다.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암처럼 중대한 질환이 확인됐는데도 (결과를 통보하지 못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환자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부당 조치"라고 했다. "공단이 그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도 했다.

법원이 '공익'을 거론하는 것도 "모순적"이라고 했다. 검진 결과를 제때 통보해 "환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적시에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공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데도 단순히 행정 절차를 문제 삼아 검진 결과 통보를 막아선 안 된다. 의료 본질을 훼손하는 처사"라면서 "검진 결과 통보가 법적으로 규제받는다면 환자는 불필요한 불편을 겪어야 하며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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