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원 이전 후 암검진기관 지정 신청 늦어져
10일간 167만원 부당청구…벌금 70만원에 자격정지도
법원 “재량권 일탈·남용해 위법”…“조사기간도 임의로”

암검진기관으로 지정되기 전 10일 동안 검진을 하고 급여비를 청구한 의사가 벌금에 자격정지 처분까지 받았지만 법원은 과한 처분이라고 봤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산부인과의원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암검진기관 지정 신청을 늦게 한 의사가 부당청구로 벌금에 자격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법원은 과한 처분이라며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부산 부산진구에서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1일 사하구로 의원을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암검진기관 지정 신청이 늦어졌다. 기존 의원은 암검진기관이었으며 이전한 의원은 지난 2017년 12월 11일에야 암검진기관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A씨는 암검진기관으로 지정되기 전 열흘간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고 결과 기록지 작성 날짜는 지정 이후로 기재해 검진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 A씨가 암검진기관 지정 이전인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자궁경부암 검사를 한 환자는 120명이며 청구한 검진비는 166만7,510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A씨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 열흘간의 부당청구를 적발했다. 심평원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2개월간 A씨가 청구한 급여비 4,473만9,260원을 조사한 결과, 3.73%인 166만7,510원이 거짓청구액으로 판단했다. 이에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 2023년 7월 A씨에게 벌금 70만원에 처하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안내를 거쳐 그해 11월 A씨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5개월 처분을 내렸다. 면허 자격정지 기간은 지난 2024년 5월 14일부터 10월 13일까지다.

A씨는 벌금형은 수용했지만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까지는 과하다며 복지부 장관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복지부가 A씨에게 내린 5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사대상기간을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2개월로 특정해 거짓청구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산정됐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의사면허 자격정지 기간은 거짓청구비율에 따라 산정된다. 거짓청구비율은 조사 대상 기간 급여비 총액 중 거짓청구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산출된다.

재판부는 “조사 대상 기간은 어디까지나 임의로 정했을 뿐이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피고(복지부)가 정한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은 조사 대상 기간에 적어도 최근 3개월은 포함하도록 규정했는데” 이번 사건은 지침과 다르게 조사 대상 기간을 정했고 2개월로 정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 지적이다. “동일한 의료기관이 그 소재지만 변경한 것으로 보여서 조사 대상 기간을 반드시 2017년 12월 1일 이후로 한정할 이유도 없다”고도 했다.

자격정지 5개월 처분이 과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A씨)의 경우 총 거짓청구금액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므로 ‘자격정지 3개월’에 해당한다”며 “이와 비교해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 “이 사건 의원이 부당하게 청구해 지급받은 검진비가 그다지 많지 않고 전부 환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았고 그 행위 양태가 검진결과 기록지 작성일자를 조작한 것이어서 불법성이 상당하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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