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1개월 15일 면허 정지 취소 청구 '기각'
월급 1000만원에 약 3년 동안 사무장병원서 진료
"개설자와 '공범'…사무장병원 알고도 의료행위 했다"
약 3년 동안 사무장병원 '원장'으로 일한 의사가 면허 정지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의사 A씨가 낸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B조합 산하 C 의원에서 원장으로 재직하며 진료했다. B조합은 비의료인 D씨가 "합법적으로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하고자" 세운 조합이다. D,씨는 이전에도 사무장병원 운영으로 처벌된 전력이 있다.
의사 A씨는 월급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D씨 제안을 수락하고 C 의원 원장이자 유일한 의사로 일했다. C 의원은 22병상 규모 입원실을 갖췄으나 "시설이 낡고 입원 환자를 치료할 장비가 충분히 구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2020년 검찰은 의사 A씨가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의료행위를 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기소유예 처분했고 3년 뒤 복지부는 A씨에게 면허 자격 정지 1개월 15일 처분을 내렸다. A씨를 고용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던 비의료인 D씨는 의료법 위반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기로 징역 4년 4개월에 처했으나 재판 중 사망했다.
A씨는 복지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면허 정지를 취소해달라고 했다. C의원은 사무장병원이 아니라고 했다. 설령 사무장병원이라 할지라도 A씨는 비의료인 D씨에게 고용돼 "실제 의료행위를 했다"면서 "(의료인으로서)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도 했다. 본인은 C의원이 사무장병원인지 "알지 못했고" 근무 중에 특별한 경제적 이익을 얻지도 않았다고 했다. 또한 이미 고령에 접어든 나이대를 생각하면 "이번 면허 정지로 다른 병원 봉직의 채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의사 A씨는 비의료인 D씨의 '공범'으로 C의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됐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는 위치라고 했다.
A씨가 근무한 의료기관은 "입원 환자 진료와 치료, 간호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간호조무사는 환자 혈압, 맥박, 체온을 측정하지 않고 허위로 간호일지를 작성해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유일한 의사이자 '원장'인 A씨"는 사무장병원임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비의료인 D씨는 C의원을 이용해 "입원 환자를 허위로 유치하고 보험금 등을 편취"했는데 관련 형사 재판에서 A씨는 이같은 범죄의 "공범으로 적시됐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비의료인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의료인인 A씨는 법령이 금지하는 반사회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 관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면허 정지 처분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은 국민 보건에 악영향을 미칠 잠재적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보건의료 정책상 의료인이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하는 행태는 근절시켜야 할 필요가 크다"고 했다.
게다가 A씨는 약 3년 동안 C 의원에서 근무해 그 기간이 짧지 않고 "비의료인 개설 의료기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이므로 행위의 위법성이 매우 중하다"고 했다.
이미 검찰이 "A씨가 주장한 사정을 모두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고 복지부 역시 A씨가 기소유예된 점을 들어 자격 정지 기간을 3개월에서 절반 수준만 적용했으므로 "그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A씨 청구는 이유가 없다면서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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