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의관·공보의 입영 대상자 개별 통보
피부과 사직전공의 21명 선발…4년차 17명
정형외과 등도 3·4년차 사직 전공의들 입대 예정

국방부가 병역미필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입영 대상자를 선발하자 수련병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년차 전공의들이 차출되면서 전문의 배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청년의사).
국방부가 병역미필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입영 대상자를 선발하자 수련병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년차 전공의들이 차출되면서 전문의 배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청년의사).

국방부가 병역미필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입영 대상자를 선발해 통보하면서 수련병원들이 발칵 뒤집혔다. 입영 대상자 대부분이 고년차인 3·4년 차가 차출되면서 전문과목별 전문의 배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7일 올해 군의관·공보의 입영 대상자를 선별해 개별 통보했다. 의무장교(군의관)는 630여명, 공중보건의사(공보의)는 250여명이다. 사직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중 병역 미필자는 3,300명인데 이 중 880여명이 우선 입영하게 된 것이다.

국방부는 나머지 사직 전공의 2,420여명은 오는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군의관 등으로 입영 통보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입영 대기하는 의무사관후보생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해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수의 장교의 선발 및 입영 등에 관한 훈령’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일선 수련현장에서는 군 당국의 공보의 입영 대상자 선발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선발된 입영 대상자에 4년 차 전공의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전문의 배출은 물론 전공의 수련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피부과에서 수련 받던 사직 전공의 가운데 공보의 입영 대상자에 선발된 인원은 21명이다. 전체 공보의 입영 대상자 250명 중 피부과 사직 전공의가 8%를 차지하는 셈이다. 특히 이들 중 4년 차 전공의는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3년 차는 1명, 2년 차 2명, 1년 차 1명으로 파악됐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병원 피부과 4년 차 사직 전공의들도 여기에 포함됐다.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사직 전공의 중 이번 입영 대상에 포함된 2명 역시 4년 차였다.

일반적으로 전공의 4년 차가 수련을 포기하고 공보의로 입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4년차까지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나서야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입영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에 국방부도 전문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의무사과후보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사면허를 소지한 병역의무자가 수련과정(인턴·레지던트)을 마칠 때까지 군 입영을 유예하고 이후 의무장교로 복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충남지역 수련병원 피부과 A교수는 “입영 대상자 중 10% 가량이 피부과 사직 전공의들”이라며 “피부과 의사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아무리 전공의들이 각오 하고 나갔다지만 이런 식으로 다 입영시키면 후대 양성은 어떻게 하라는 건인가”라고 한숨을 쉬었다.

A교수는 “일각에서는 국시성적과 신체검사 결과로 선발해 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쩌다 이렇게(피부과 사직 전공의들 선발) 됐는지 그 기준이라도 알고 싶다”며 “도제식 교육이 불가피한 특성상 수련 4년 차들을 데리고 갔으니 아랫 년차들 수련도 고민”이라고 했다.

A교수는 “피부과가 비필수과로 ‘미용이나 보는 곳’ 정도로 낙인 찍혔지만 정작 중증 피부질환을 볼 의사가 사라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 관심이 없다”며 “이대로는 중증 피부질환을 볼 피부과 전문의는 사라진다. 정부가 일반의만 잔뜩 양산하려는 것 같다”고도 했다.

입영 대상으로 선발된 사직 전공의들이 군복무 이후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특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지역 수련병원인 B대학병원 원장은 “수련 중간에 군복무를 하게 되면 수련을 이어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군복무를 마치고 3년 후 돌아왔을 때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반드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복무 후 다시 돌아와 수련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당 전공의들의 TO를 추가로 더 배정해 줘야 한다”며 “정부의 생각을 모르겠다. 의대생들이 현역으로 입대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더 엉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병무청은 공보의 선발 우선순위에 따라 선발했을 뿐 특정 전문과목이나 연차를 고려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공보의 선발 1순위는 ‘수련을 오랫동안 받은 사람’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공보의 선발 우선순위가 1~4위까지 있다. 1순위가 수련을 오랫동안 받은 사람이니 4년 차들이 많이 선발된 것”이라며 “의사국가시험 점수, 생년월일이 빠른 순위 등 기준에 따라 선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에 정해진 (의무사관후보생) 편입 순위가 있고 올해도 그 규정에 적용해 뽑았다. 특정 전문과목이나 년차를 고려해 선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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