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행보 수위 높이는 후보자들…연일 강경 발언
구체적 실천 방안 부재에 "아무 대안 없나" 비판 나와
2025년 의대 모집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며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장 후보자들도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후보자는 의사를 정조준한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가 선언적 의미에 그쳐 회원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한 정견발표회에서 후보자들은 앞다퉈 '투쟁'을 언급하며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이 자리에서 김택우 후보는 "계엄을 선포한 반민주 세력이 처단을 운운하며 만행을 저질렀다"면서 "의료계 저항 선봉에 의협 회장이 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희경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대통령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 비대위원장은 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도 참석했다.
주수호 후보도 연일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탄핵과 "부역자 보건복지부 관료 처단"을 강조하고 있다. 의협에 전국 단위 궐기대회 개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동욱 후보는 올해 초부터 매주 경기도의사회 집회를 계속 열고 있다. 정부의 '의료계엄'을 '처단'하고 '사법만행'을 '끝장내자'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최안나 후보 역시 '정부 의료농단'을 "척결하자"면서 정부 규탄 집회에 잇따라 참석하며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의 경기도의사회 집회에 함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후보자들이 "구호만 외칠 뿐" 정부를 압박하고 의대 정원 문제를 풀 "구체적인 방안"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1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회원이 묻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투쟁하겠다, 집회 열겠다'가 아니라 '투쟁에 회원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 어느 강도까지 우리가 갈 수 있는가''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투쟁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회원은 거의 없다. 이 상황에 회원들이 이미 다 아는 내용만 읊는 건 '아무 대안 없다'고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 B씨는 "후보들 발언에 별다른 고민이 안 보인다"고 평했다. B씨는 "후보자 대부분 투쟁을 통해 협상하겠다고 한다. 그게 가능한 정부였으면 (협상이) 벌써 됐다"면서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으면 본인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회원은 물론 국민 지지를 받을 방법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 C씨는 "회원도 국민도 정부도 귀담아들어 볼만한 내용이 안 나온다"고 했다. "지난 10개월 내내 하던 소리, 하던 행동"을 "선거에서도 반복"하니 "국민은 고사하고 회원 관심을 끌 수가 없다"고 봤다.
C씨는 "탄핵 정국만 봐도 정부와 정치권을 흔들 수 있는 건 국민뿐이다. 의사들이 국민 호응을 받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의사들이 여기까지 감수하겠다, 의대 증원은 막아달라'고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각오라도 보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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