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김찬규 씨 “의료이용 관성, 의료 영리화로 이어져”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 “건강보험 정책 설계 必…선택지 줘야”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오히려 의료 영리화로 이어지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는 의료대란 해결책으로 제시한 정부 정책이 의료 영리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광대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로 근무하다 사직한 김찬규 씨는 “의료개혁 목적은 필수의료 소생보다 건강보험 재정 지속성에 그 목적이 있고 이를 위해 사실상 의료영리화가 펼쳐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지역 2차병원 응급실에서 일반의로 근무하고 있으며, 의료 소비자단체 ‘병원다니는 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씨는 정부가 응급실 경증환자 이용 제한을 위해 시행한 진료비 본인부담금 90%까지 인상한 정책에 대해 “의료비용과 건보 재정 지속성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하고 응급실 문턱이 중증환자를 위해 높아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의료소비자들의 ‘의료이용 관성’을 통제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은 자주 ‘참다 참다 너무 힘들어서 왔다’고 한다. 이들에게 중환자를 위해 당신은 경증이니 참으라고 눈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의사는 거의 없다”며 “본인부담금 허들을 이용해 (문턱을) 높이는 것은 의료소비자들의 욕구로 인한 아래로부터의 의료 영리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즉, 90% 본인부담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이나 본인부담금까지 해결해 주는 보험상품을 든 소비자는 이전과 같이 응급실을 이용하겠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경증인지, 중증인지 판단할 수 없고 몸의 불편감이 지속됨에도 응급실을 방문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허들이 생길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 추진을 지불제도 변화를 위한 시작단계로 봤다. 의료소비자가 바람직한 의료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의료이용 허들을 낮추겠다고 한다”며 “그러나 실제 목적은 건보 재정 건정성 확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지불제도 변화 이행을 위한 초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개혁 주인공은 정부도 의료계도 아닌 의료소비자다. 이들의 의료이용에 대한 관성을 이해하고 니즈(needs)를 해소시켜 줄 방향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건보 재정 건정성만을 위한 개혁은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산재할 게 자명하다. 사실상 의료 영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은 “건강보험이 중요한 필수의료를 다 책임지고 실손보험은 매우 일부만 부담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은 건강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민들은 어떻게든 실손보험을 가입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장 원장은 “앞으로 국가적인 의료 시스템에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돈을 내는 것처럼 건강보험에 더 돈을 내고 싶게 하고 그렇게 하는 게 본인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이 들게끔 정책을 디자인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또 한정된 자원으로 효율을 보장하는 제도와 구조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장 원장은 “새로운 제도에 대해 국민의 실체적 동의를 얻고 그 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국민건강을 지키는 국가 제도가 되는 목표로서 선택지가 만들어져야 하고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는 게 다음 세대 건강보험 제도가 갖춰야 할 중요한 꼭지”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래 건강보험 정책 설계를 위한 연구 환경 조성 필요성도 제시했다.
장 원장은 “실질적인 (건강보험) 선택지를 만드는 작업은 누군가 해야 한다. 건강보험연구원을 통해 연구개발 추진단이 운영되면 다음 세대 의료보장 체계를 설계할 수 있는 연구자들이 지원을 받으면서 설계하는 여건도 필요하다”며 “그게 어렵다면 하다못해 건강보험연구원 차원에서 건강보험 개혁 연구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여야의정협의체 공회전 속 손잡은 野-醫 "의료대란 해결 공감대"
- 민주당 “내년 3월 교육·의료 현장 대혼란 수습 묘책 있나”
- 의협 “尹대통령, 결국 원한 게 ‘영리화된 사무장병원’이었나”
- 경증환자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이용 시 본인부담 크게 는다
- 의료급여 환자 본인부담금 개편에 시민단체 "건강 불평등 심화"
- 박민수 차관 "의료체계 체질 개선 필요" 재차 강조
- 상반기 광고비 절반 ‘의료개혁’ 에 쏟아부은 복지부
- 출구 안 보인다…끝 없는 의료대란에 깊어지는 개원가 한숨
- "증원 후 공급· 수익 다 느는데 의료비 급증 없다? 마법이냐"
- 복지부 “일용근로소득 건보료 부과, 검토된 바 없다”
- 醫, 보상 공정성 강화한 '올바른' 지불제도 방향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