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차관 경증 판단 기준 발언 비판
“대통령 말처럼 부디 의료현장 가보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발언을 "사망한 후 병원에 가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발언을 "사망한 후 병원에 가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청년의사).

“소생 가능한 환자에게 지금이 아니라 사망한 후 병원에 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발언에 “개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 차였다.

박 위원장은 4일 박 차관의 경증 판단 기준 관련 발언이 보도된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응급실에 걸어들어오는 환자는 정말 많다. 그중 진단 결과 뇌출혈, 심근경색인 경우는 정말 비일비재하다”며 “당연하게도 일부는 죽는다. 내원 당시 그들은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조금이라고 더 빨리 왔다면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 차 시절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박 차관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을 했는지 지적했다. 한 할머니가 치통을 호소하며 걸어서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고령이기도 해서 검사를 권했고 이것저것 진행”한 결과, CT상 대동맥박리가 확인돼 곧장 수술실로 올라간 사례다.

박 위원장은 “보기 드문 사례였고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황당하지만 당시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다면 그 환자는 죽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환자 가족들은 소송을 제기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진단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중증과 경증을 나눌 수 있다면 트리아지(Triage)라는 응급 환자 분류 체계는 물론 6년의 의대 교육과 5년(인턴 포함)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 역시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보고할 숫자를, 국민을 호도할 통계를 예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환자를 당신의 실적으로만 보지 않길 바란다”며 “대통령의 말처럼 부디 의료 현장에 가보라. 당신의 가벼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가져오게 될지. 엄숙한 진료 현장에서, 오늘 단 하루라도, 무겁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