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 병원 온 적 없어도 ‘뺑뺑이’ 지적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떠나라는 신호 주는 꼴”
전공의에 이어 동료 전문의마저 하나둘 떠난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응급 환자 수용 거부’로 비판받고 있다. 의료진 부족 등으로 치료할 여건이 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고 하면 ‘응급실 뺑뺑이’라는 비판이 돌아온다.
지난 18일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발목 절단 등 다발성 손상을 입은 70대 환자가 수술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이 나왔다. 전북 지역 대학병원 2곳이 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2곳은 수술할 의료진이 없거나 담당 전문의가 수술 중이어서 환자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대동맥박리 환자가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송돼 수술받았지만 끝내 사망한 일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흉부외과는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며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 없으며 응급실 뺑뺑이도 아니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아직’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은 부담감이 크다고 호소한다. 진료 업무가 아닌 심적 부담이 더 크다고도 한다.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익산에서 발생한 일이 ‘응급실 뺑뺑이’라고 하지만 119구급대 수용 전화 연락에 해당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의료진 부재로 수용하지 못한다고 했고 119구급대가 병원에 도착한 적도 없다”며 “119구급대의 연락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과도한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라며) 행정처분이라도 내린다면 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응급의료현장을 떠나라는 신호를 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조사나 행정처분, 수사나 처벌이 아니라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무심코 사용한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에 상처받고 마음 아파하며 더 이상 응급의료에 종사하지 않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늘어나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응급의료체계는 무너진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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