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수바스타틴이라는 좋은 무기 가졌음에도 마케팅 부족”
대웅제약과의 협력 강화…양사 영업사원들 공동 프로모션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이하 아스트라제네카)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크레스토(성분명 로수바스타틴)’ 재도약을 선언했다. 국내 제약사의 에제티미브 복합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목표한 매출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5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크레스토 국내 출시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아스트라제네카는 크레스토가 스타틴 제제 중 가장 강력한 LDL-C 강하 효과를 가지며, 국내 허가된 스타틴 제제 중 유일하게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지연 치료에 허가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뉴 유니버스 비긴(New Universe Begins)’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크레스토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특히 대웅제약과의 공동 프로모션을 더욱 강화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겠다고 예고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그간 국내에서 크레스토 영업 및 마케팅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과 자성이 함께 나왔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양정훈 교수는 아토르바스타틴의 경우 단일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반면, 로수바스타틴의 경우 복합제 처방이 더욱 우세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케팅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로수바스타틴이라는 매우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케팅만 잘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로수바스타틴과 아토르바스타틴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한국아스트라제네카 BBU 사업부 김용준 전무는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크레스토라는 매우 중요하고 훌륭한 제품을 약간 소홀히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수긍했다.
김 전무는 대웅제약과의 협력 강화에 대해 “지난 8년 동안 대웅제약이 크레스토를 매우 잘 관리해왔고, 양사 사장이 보기에 크레스토에 여전히 큰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은 단일제 처방을 권장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환자를 고려할 때, 복합제의 가격이 스타틴 단일제보다 거의 두 배나 비싼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봤고,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양사의 전략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와 대웅제약은 크레스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로 했고, 오늘 행사가 그 증거다. 많은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들이 이합집산을 많이 하다 보니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대웅제약과 오랫동안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할 것이다. 의료진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튼튼한 얼라이언스 모델을 보여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또 김 전무는 국내 철수를 선언한 SGLT-2 억제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빈자리를 의식한 듯, “향후 출시될 심혈관계 질환 제품들이 매우 우수한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한국에 제대로 공급되기까지 기존 제품들이 잘 버텨주고 회사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우선 크레스토 연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크레스토가 특허 만료 전까지 넘지 못했던 국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는 그간 부재하던 크레스토 전담 PM을 배정한 상태다.
매출 증가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제네릭 의약품 및 스타틴 성분 조합의 복합제 제품군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스타틴과 타 성분을 조합한 병용요법이 효과적인 LDL-C 강하 전략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단일제 처방 권장 전략과 복합제와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로수젯‘을 필두로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동일 조합의 복합제를 내놨으며,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품목만 50개에 달한다. 또한 부작용 최소화를 강조한 로수바스타틴 저용량 조합 전략으로 한미약품뿐만 아니라 대웅제약, 유한양행, GC녹십자, HK이노엔 등도 이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로수젯은 지난 1월 원외처방 월 매출 167억원을 달성했으며, 한미약품은 로수젯이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 1위 품목으로 올라섰고,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에서 수입 의약품의 처방 매출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로수젯 임상 연구(RACING) 결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국제내분비학술대회(SICEM 2024)에서 하위 분석 결과를 발표했으며, 9월과 10월에도 대한내분비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대한심장학회 등 관련 학술대회에서 의료진과의 접점을 늘리고 복합제의 강점을 알릴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웅제약만이 영업을 담당했지만, 지난 5월부터는 자사와 대웅제약이 함께 영업을 하고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전국 7개 도시에서 대웅제약과 함께 의료진을 대상으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향후에도 온/오프라인으로 활발한 영업 마케팅 활동이 예정돼 있다”며 “양사의 영업사원들이 병원과 로컬을 나누기보다 한마음으로 크레스토의 시장 내 점유율(SoV)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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